37년만에 '통신·지주사'로 쪼갠다..하이닉스 날개 단 SKT
SK텔레콤이 14일 37년 만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통신사'를 넘어 '빅테크'(종합 ICT기업)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로 평가된다. 본업인 통신업과 반도체·ICT(정보통신기술) 신사업을 분리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ADT캡스(2018년)와 티브로드(2019년) 인수, 11번가와 아마존의 초협력(2020년), 티맵모빌리티 분사 출범 및 우버와 합작사 설립(2021년)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사업 제휴가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SK텔레콤의 신사업 분야 매출과 이익 비중은 역대 최고인 37%, 24%까지 올라왔다.
문제는 통신사 간판에 가려져 신사업과 자회사의 가치가 정작 SK텔레콤 주가엔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100조원 안팎의 시가총액으로 국내 2위인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ICT 뉴비즈(신사업) 부문의 SK브로드밴드·웨이브(미디어), 11번가(커머스), ADT캡스(융합보안), 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 원스토어(앱장터) 등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올해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2022년), 11번가·SK브로드밴드·웨이브(2023년) 등의 IPO(기업공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간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꾸면 시장의 박한 평가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SK텔레콤을 유무선 통신 사업을 담당하는 SKT통신회사(존속회사)와 반도체·ICT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SKT투자회사(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하는 것이다. 존속회사는 SK텔레콤 이동통신(MNO) 사업과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유무선 통신 사업을 맡고,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와 11번가, ADT캡스 등 신사업 자회사들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SK그룹 전체 지배구조에서 보면 'SK(주)→SKT투자회사→SK하이닉스'가 되므로 SKT투자회사가 중간 지주사로 자리매김한다.
통신 사업부문과 분리되면서 SK하이닉스와 미디어·보안·커머스·모빌리티 자회사를 지배하는 중간 지주사의 기업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SKT통신회사의 경우에도 5G(5세대 이동통신)와 IPTV(SK브로드밴드) 기반 방송·통신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인적분할 방식을 택하면서 기존 주주들은 보유 지분만큼 분할될 두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은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와 ICT 사업 성장성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이벤트”라며 "주주 가치가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으로 반도체 호황 덕에 곳간이 넘치는 SK하이닉스의 사업 보폭도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투자 전문 중간 지주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연내 중간 지주사가 설립될 경우 SK텔레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SK하이닉스 지분 추가 매입 부담도 덜 수 있다. 지주사가 보유하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 이상(비상장사 40→50%)으로 높이는 내용인데 올해 안에 중간 지주사를 만들면 예외가 적용된다.
SK텔레콤은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SK(주)와 중간 지주사의 합병설에 대해선 "합병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합병 시 SK하이닉스와 신사업 분야의 성장성을 대주주와 그룹 지주사만 누릴 수 있다는 SK텔레콤 주주들이 우려를 고려한 결정이다. 다만, 장기적으론 SK그룹 지배구조를 '최태원 회장→SK(주)→SK하이닉스'의 간결한 수직 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이 언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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