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되겠다던 김종인, 여전히 '킹메이커' 노리나
(시사저널=박창민 기자)
'자연인'을 선언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존재감이 연일 상승세다. 김 전 위원장의 '입'은 정치권 한 가운데 서 있던 때보다 오히려 야인이 된 현재 더 큰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김 전 위원장이 야권 재편과 관련해 강도 높은 메시지를 몰아치면서 정치권과 유력 대선주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언급한 '휴식'은 결국 대권 행보 밑그림을 위한 '킹메이커'로서의 기반 다지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직 내려놓은 김종인의 '야권 때리기'
김 전 위원장의 돌직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야권이다. 이를 둘러싸고 야권 내부의 갈등이 점차 격화하면서 분란 조짐까지 감지되는 양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의원도 "내부로 향하는 총구는 더 이상 없다. 더 큰 제1야당, 더 큰 2번을 만들겠단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면 된다"며 김 전 위원장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김 전 위원장이 제1야당을 때리는 발언을 쏟아내자 '범죄자' '자아도취에 빠진 모습' '오만과 독선' 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선거 이튿날인 지난 8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물러나는 김 전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전원 기립 박수를 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만큼 김 전 위원장 발언의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선 언론 인터뷰로 당내 비판 의견이 높아지는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또 한번 조준 사격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3일 공개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아사리판이다. 더 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당을 향한 목소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비판 수위다.
김 전 위원장의 판단이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려고 한다" "5월 중 빛을 볼 일이 있을 것"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대 의사를 타전했다.
김 전 위원장의 '계산된 발언'은 야권 대선주자의 킹메이커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합·쇄신에 진통을 겪고 있는 야권 재편 과정에서 '김종인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고, 이 기세를 몰아 킹메이커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전 위원장의 '안철수 때리기'도 합당 과정에서 부각될 국민의힘 내부의 혼란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자체 전대를 주장하는 '자강론'과 통합 전대를 내세우는 '통합론'이 대치하고 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이 당의 체질개선보다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움직임에 재차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휴식기, 대권 밑그림 위한 별의 시간?
김 전 위원장이 구상한 대권 밑그림의 완성 여부는 윤 전 총장의 결단에 달렸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9일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전 총장이 1위에 오른 것을 두고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재보선을 전후한 시점부터 국민의힘을 나온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윤 전 총장에 기대감을 표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과 손을 잡을지, 국민의힘에 입당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당장 특정 주자에 힘을 싣지 않더라도, 제1야당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선거 대응을 위해 국민의힘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종인 재추대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현재 당권에 도전한 인사들로는 야권 통합과 대선 국면에서 산적한 난제를 푸는데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중심으로 당권과 별개로 대선은 '김종인 선대위' 체제로 치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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