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마지막 증인신문, '살인 입증' 난감한 檢

14일 서울남부지법 마지막 증인신문
검찰 의뢰 재감정 이정빈 교수 증언
두개골 골절은 사망 3개월 전 발생
살인 혐의 놓고 검찰-피고인 공방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이 수개월에 걸쳐 심각한 수준의 학대에 노출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지난 증인신문에서 확인된 후두부 7cm 길이 골절상이 검찰 측 주장과 달리 최소 사망 3개월 전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입양 이후 10개월 간 몸무게가 거의 불지 않은 생후 16개월 아이의 후두부가 골절됐음에도 양부모는 병원을 찾지 않았다.

양부모 측 변호인은 설사 치명적 타격이 있었다 할지라도 양부모가 사망에 이를 것을 예견할 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당해 생후 16개월째에 사망한 정인양 입양 전후사진. fnDB

■두개골 7cm 골절은 사망 3개월 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등의 혐의만 받는 양부 안모씨의 6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엔 지난 공판기일에 출석이 예견됐으나 나오지 않았던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교수는 정인양 후두부에서 발견된 7cm 길이 골절상은 사망일로부터 최소 3개월 전 발생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당초 검찰은 후두부 골절이 지난해 9월에서 10월 사이에 장씨의 가격으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그에 반하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 교수는 “골절상이 흡수되면서 노랗게 남는 게 2~3개월 가고 그것도 결국은 없어진다”며 “그게(노랗게 변한 흔적이) 있었다면 부검에서 사진이 있을 건데 (없는 걸 보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2~3개월은 넘지 않았나”하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7cm가 나갔는데도 그때도 애가 병원에 안 갔다”면서 아이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학대와 방치가 있었으리란 판단을 내놨다.

다만 해당 증언이 살인혐의 입증엔 직접적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장씨가 정인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하다 9월부터 그 강도를 크게 높여 후두부 골절과 췌장 손상, 장간막 파열 등 중상을 연이어 입혔다고 주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한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정인양에 대한 지속적인 학대행위가 있었을 뿐 사망에 이를 것이란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망 수개월 전에도 유사한 수준의 가해행위를 지속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살인의 고의보다는 ‘지난번에도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죽지 않을 것’이란 학대의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증인신문에서 변호인 측이 유리한 증언을 얻었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결국 검찰은 후두부 골절이 발생한 시기를 공소장에서 변경했다.

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월 서울 신월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시민들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마지막 증인신문, 난감한 검찰
피고인 측 변호인은 정인양 사망 당일 층간소음을 항의하러 올라온 아랫집 주민의 지난 증언에 대해서도 장간막 파열로 이어진 치명상과의 상관관계를 부인하는 증언을 얻어냈다. 사망 당시 정인양 복부에 멍이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빠른 속도로 때리지 않았을 것이란 이 교수의 증언을 확보한 것이다.

이 교수는 “뛰어내릴 때는 속도가 훨씬 빨라 장기가 옆으로 삐지지(움직이지) 못한다”며 “제가 보기엔 뛰어내렸다가 아니라 그냥 밟았다(가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은 지난 공판에서 이웃 주민의 증언이었던 ‘지진이 난 것 같다’ ‘덤벨로 떨어뜨린 것 같다’는 주장에 대해 정인양에게 치명상을 입힌 행위와 아랫집에 들릴 만큼 큰 타격음은 별개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정인양 늑골 수개가 골절된 데 대해서도 택시 이송 중 장씨가 CPR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 교수는 간 손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다만 이 교수 역시 지난 공판에서 증언한 부검의와 마찬가지로 췌장 손상이 사망과 시차를 두고 발생했다는 의견을 내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2차 치명상이 있었다는 의혹은 유지됐다. 정인양의 고통이 극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병원에 내원하지 않은 장씨와 안씨 부부에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날 공판에서 장씨의 살인 혐의 입증에 장애가 되는 증언이 일부 나옴에 따라 검찰의 공소유지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피고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 중 상당부분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인이 사건 주요 정보 정리. fnDB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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