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온 북한의 도발 경고음..美 대북정책 어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압박을 위해 올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재개를 검토할지 모른다는 미 정보당국의 공식평가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은 북한이 2027년까지 핵무기 242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내일(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잇단 북한의 도발 경고음은 이달 안에 발표될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김정은, 올해 핵·장거리 미사일 시험 검토할 수도"
불과 4~5년 전인 2016년과 2017년, 북한은 세 차례의 핵실험을 했습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발사도 두 차례나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고, 실제 군사 공격이 미국 정부 내에서 검토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2016~2017년 북한의 도발 사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
2016년 9월 9일 5차 핵실험
2017년 7월 4일 ICBM 시험 발사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
2017년 11월 29일 ICBM 시험 발사
그러나 북한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부터 진행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이었습니다. 북한은 2019년 12월엔 스스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올해 다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현지시각 13일 공개한 27쪽 분량의 '미 정보당국의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압박을 위해 올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 시도와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제재 회피, 사이버능력 등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인정과 위신, 안보를 얻는 목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이 시간이 지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도 평가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의회에 제출됐으며,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이 현지시각 14∼15일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는 북한이 2017년을 기준으로 30∼60개(미국 정보기관 추산치)의 핵무기를 보유한 이후 매년 12∼18개씩 추가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20년 이미 67∼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2027년엔 151∼242개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무기가 일정 규모(80∼100개)를 넘어설 경우, 한미 양국이 선제 대응이나 참수 공격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고 북한에 경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신포에 SLBM 움직임… 도발 가능성은?
북한이 내일(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도발에 나설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현지시각 10일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용 선박을 개보수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도 지난 8일, 위성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북한 해군의 소규모 움직임이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 정보당국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외신에서 보도되고 있는 북한 SLBM 발사관 이동을 국정원도 지난 8일 보고를 통해 확인해 줬다"고 밝혔습니다.
■ '대북 강경파'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인준
이런 가운데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이 미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북한통'인 셔먼 신임 부장관은 미국 관료사회에서 드물게 한반도와 이란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셔먼 부장관은 지난달 3일 청문회에서 "북한이 비핵화 진전을 이루기 위한 협상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이 위협을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이해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임명된 대니얼 크리튼 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정 박 동아태 부차관보 역시 웬디 셔먼과 마찬가지로 대북 강경파로 꼽힙니다.
이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하지 않으며,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강경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졌습니다.
미국이 이번 달 말쯤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움직임이 현실화되면, 이들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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