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4대강 보 개방 결과 보고 "수질 좋아져" "나빠져"..어느 쪽 말이 맞나

인현우 2021. 4. 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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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수치 강조한 결과.. 원인도 복합적
"수질, 환경만 보고 보 개방 강도 정하지 않아"
세종보 전경.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에서 11개 보를 개방한 결과 수질의 변화를 2017년 6월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관측해, 그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그런데 동일한 자료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다.

환경부는 보의 개방 폭이 큰 금강과 영산강에서 녹조와 저층 빈산소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고 퇴적물 내의 유기물질 함량이 감소하는 대신 모래가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 서울경제 등 일부 언론은 유기물과 영양염류 등과 같은 수질 지표가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좋아진 수치는 좋아지고

보 개방에 따른 녹조 변화 추이

일단 수치 자체는 양쪽 모두 맞다. 13일 환경부가 공개한 '금강, 영산강 등 11개 보 개방 관측 결과'를 보면, 환경부가 좋다고 평가하는 지표는 좋아졌고, 일부 언론이 나빠졌다고 지적한 지표는 나빠졌다.

우선 환경부가 강조하는 수치는 유해 남조류(일명 녹조)와 저층 빈산소의 감소. 녹조의 경우 예년(2013~2017년)과 유사한 기상 조건이었던 2019년에 금강, 영산강에서 예년 평균과 비교할 때 95% 이상 감소했다.

2020년은 많은 강우량 영향이 더해져 녹조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2018년은 짧은 장마 후 극심한 폭염 영향으로 개방 폭이 큰 공주보·승촌보를 제외하고 대부분 보에서 녹조가 예년보다 증가했다

저층 빈산소 역시 보의 개방으로 감소했다.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의 경우, 부분개방 시기에 일부 발생했지만 완전개방 시기에는 저층 빈산소가 관측되지 않았다. 낙동강 하류 달성·합천 창녕보에서도 부분 개방 이후 발생 빈도가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나빠진 수치는 나빠지고

금강수계 유기물 영양염류 등 추이

반면 유기물과 영양염류 등의 수질 지표는 수치가 일률적이지 않지만, 대체로 증가 추세로 나타난 경우가 더 많았다. 금강 세종·공주보는 개방 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총인(T-P) 평균값이 개방 전 대비 유사하거나 증가했으며, 클로로필에이(Chl-a) 농도는 감소한 경향을 보였다.

송미영 경기연구원 연구부원장은 14일 출연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일부 유기물 함유량이 높아진 요인을 세 가지로 꼽았다.

①첫째는 상류로부터의 유입이다. 애초에 상류에 유기물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하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도 인정한 바다. 금강 보 구간 경우를 예로 보면, 보 개방 전·후 유기물·영양염류 등의 변화는 같은 기간 미호천 등 상류의 유입 농도 증·감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보 개방'에만 몰두해 상류 오염원 관리가 전혀 안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둘째는 바닥에 가라앉아(침강해) 있던 오염 물질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 부원장은 "보를 개방하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것들이 올라와 일시적으로 오염 물질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고, 이 침전물들이 쓸려내려가면 장기적으로는 수질이 다시 깨끗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③마지막으로는 비가 내리는 정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비가 많이 내린 2020년에는 보의 개방 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강의 수질이 좋아졌다. 다만 2019년에는 녹조 등 다른 지표 측면에서 개방 강도가 높은 금강과 영산강 쪽이 낙동강에 비해 수질이 좋아졌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생태 회복하려면 보 해체 맞지만, 다른 가치도 고려해 결정"

2020년 6월 세종보 하류에서 발견된 노랑부리백로. 환경부 제공

송미영 부원장은 수질이라는 척도만으로 보의 개방 정도를 결정할 것은 아니라고 봤다. 수량이나 강 자원의 이용 방식 측면에서도 사람들 간에 이견이 있기 때문에 이는 정치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송 부원장은 "환경 보호의 측면만 고려한다면, 당연히 모든 보를 해체하는 것이 맞다"며 "보의 보이는 부분 외에도 그 하부에 물 속에 숨어 있는 시설물까지 다 걷어내면 그 퇴적물이 일시에 더 많이 빨리 제거될 수 있고, 강이 원래 모습으로 더 빨리 회복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하천이라는 건 수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량도 있고, 친수 기능(경관 측면)도 있고, (농업용수 등) 물의 이용도 있고, 생태도 있기 때문에 이를 복합적으로 생각해서 최적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물 이용의 측면에서는 보 개방이 지하 수위를 낮추기 때문에 물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역시 환경부가 공개한 보고서에 나와 있다. 일부 관측 지점에서는 지하수위(땅을 팔 때 지하수면의 위치)가 보 개방 수준보다 큰 폭으로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하수위 변동 역시 지하수 이용량과 강수량 등에 영향을 받는다.

송 부원장은 "현재 보는 전부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탄력 개방을 하고 있다"며 "지역 여건에 따라 사람들이 보의 개방 수준을 선택하는 것이고, 어떤 결정을 할지 계속 시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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