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잡고, 주먹으로 때리고..'회사 폭력배들' 고발합니다

직장갑질119 3월 한 달 폭행·폭언 40건 제보받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사무직 직원 ㄱ씨는 최근 회사 대표로부터 갑작스러운 폭언과 폭력을 당했다. 어느날 회사 대표가 ㄱ씨를 불렀지만, ㄱ씨는 하고 있던 급한 업무가 있었다. ㄱ씨는 대표에게 ‘지금 급한 업무가 있다’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대표는 ㄱ씨의 책상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책상 위에 있던 컴퓨터와 서류는 모두 바닥에 쏟아졌다. 대표는 ㄱ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내가 너 눈치 보며 일해야 하냐?”고 소리를 질렀다. 대표는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떨어진 책을 ㄱ씨에게 던지며 욕설을 계속했다. 공포에 질린 ㄱ씨는 그 길로 사무실을 뛰쳐나와 회사를 그만뒀다. 경찰에 대표를 폭행 혐의로 신고했지만, 회사 쪽은 경찰에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ㄱ씨는 이러한 사실을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전자우편으로 제보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ㄱ씨처럼 직장 안 폭행·폭언을 경험했다는 제보만 40건에 달했다고 14일 밝혔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를 보면, 직장 내에서 상사가 하급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멱살·머리채를 잡고 주먹을 휘두르는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서 책임자가 제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더니, 저한테 다가와 의자에 앉아있는 제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겼고 밀어버렸습니다. 제가 너무 놀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부서장의 폭행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급하게 퇴사를 하고 말았습니다.”(2021년 4월 제보)

“상사가 매일 야근을 강요하고,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려고 하면 욕설을 합니다. 어느 날 저에게 옆 사무실로 따라오라고 하더니 욕을 하면서 멱살을 잡았습니다.(…)그 날 이후 회사에서 저를 괴롭히고 따돌리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제보)

“저희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데 원청 직원의 말만 듣고 지점장은 계속 부당한 지시를 하더니 흥분한 상태에서 제 가슴을 세게 두 번 때렸습니다. 제가 폭행을 한 거냐고 하자,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폭행으로 신고할 수 있을까요?(2021년 3월 제보)

지난 3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보면 직장인 13.5%가 폭행·폭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7일 벌어진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처 직원 폭행·폭언 사건을 언급하며 “송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당직자를 폭행한 사건이지만, 송 의원과 당직자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면서도 “(일반 기업에서도) ‘우리 회사 송언석’의 폭행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김하나 변호사는 “상급 직원이 하급 직원을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사후적으로 피해에 대한 민사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그 경우 행위의 위법성과 손해의 정도를 입증하는 과정이 피해자에게 다른 고통이 될 수 있다. 일단 피해를 당하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대처방안이다”라고 강조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