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교수 "금융산업 진흥정책 폐기해야..네이버·카카오 신재벌 감시"

조귀동 기자 2021. 4.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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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학회, 윤창현·이용우 의원 주최 토론회서
"하나회식 개혁으로 금융관료 체제 바꿔야"

정부의 금융 관련 사무와 관련해 한국금융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금융산업 진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표적인 진보 학자인 전성인 교수(홍익대)의 주장이다. 전 교수는 "삼성, 현대차, 등 ‘구(舊)재벌’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신(新)재벌’도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14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학회, 윤창현·이용우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귀동 기자

전성인 교수는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학회와 윤창현(국민의힘), 이용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금융개혁·금융규제의 정치경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전 교수는 금융회사의 산업자본 소유를 규제한 금산법 24조 개정 파동,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논란, 론스타 매각, 노무현 정부 당시 저축은행 규제 완화, 인터넷 전문 은행 도입, 사모펀드 규제 완화 등의 사례별로 정부의 금융 정책 금융 규제에서 나타난 문제를 다루었다. 지난 2018년 KDI(한국개발연구원) 세미나에서 ‘금융위원회 해체’ 등을 주장하는 내용을 준비했다가 발표 직전 해당 내용이 통째로 삭제됐던 전 교수의 경험도 소개됐다.

전 교수는 2000년대 이후 논란을 빚었던 금융 관련 이슈를 각각 조망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체제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금융 정책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 핵심 문제로 금융산업 진흥 정책을 꼽았다. "여러 사례에서 드러나듯 금융 정책이 원래 목표에서 벗어나 ‘산으로 가버리는’ 데에는 금융산업 진흥 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구조 개편이라는 핵심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좌초하는 실질적인 이유"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14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학회, 윤창현·이용우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귀동 기자

전 교수는 "금융산업 진흥 정책은 ‘혁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펼쳐지는 데 실제 내용을 따져보면 규제 완화나 특정 기업이 규제 차익(소수 기업이나 산업에만 규제가 완화되면서 경제적 지대를 얻는 것)을 얻는 게 많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 사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제기된) 초대형 IB(투자은행)의 경우 실제로는 발행업무를 맡는 증권사가 부동산 PF 등 여신업무도 다룰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은행업을 겸업하게 하는 것으로 귀결됐다"고 꼽았다. 전 교수는 사모펀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을 예로 들면서 "종종 이 정책은 상당한 규모의 금융 사고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현재 금융위원회 등에 있는 금융정책 기능에서 ‘산업진흥’ 정책을 없애자는 얘기다. 그는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원을 쌍봉형으로 분할해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 내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 기능을 쪼개자는 것이다. 또 "금융감독 관료 체제는 김영삼 정부 당시 하나회 해체와 같이 전광석화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을 ‘신재벌’로 지칭하며 IT(정보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집단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이버, 카카오의 로비력이 삼성, 현대, LG만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이 주장한 금융규제 완화가 결국 국회까지 올라갔다"
고 말했다.

14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학회, 윤창현·이용우 의원 주최로 열린 '금융개혁·금융규제의 정치경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조귀동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도 정부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용우 의원은 "정부의 금융 정책이 금융업의 현실과 디테일을 모르고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 정책이 결국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카카오뱅크 사장을 지냈으며 현대그룹,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산업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쌓아왔다. 금융위와 한은이 대립하는 지급결제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 왕롄의 경우 중국 회사들의 쉐도우 뱅킹을 막기 위해 지급결제망을 분리하기 위해 도입한 것인데, 정작 한국 금융 당국은 이 방식이 지급결제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곡해한다"고도 말했다.

이 의원은 "산업진흥, 건전성 감독, 소비자 진흥 등 상충되는 목표가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한쪽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다른 한쪽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정책이 비일비재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한다면서 정작 인터넷 뱅킹 인허가 기준은 인터넷 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하도록 요구한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P2P 업체를 통한 부동산 대출의 경우 사실상 규제 차익을 누리려는 시도로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는 데, 무작정 금융 혁신을 해야한다며 놔두다가 대규모로 부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법학대학원)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독립적인 감독기구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못하다"며 "금융감독 기능을 쌍봉형으로 재편하고 민간 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대)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들이 참호를 확보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 정부의 지나친 금융산업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 등은 정상적인 주식 시장의 작동과 가격 탐색 기능을 방해하는 일종의 금융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의원은 "공매도 금지 논란은 물론이고 대출 만기연장, 이자 및 원금 상환유예, 배당 자제 권고, 은행 점포 폐쇄 규제 등 금융당국의 경영간섭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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