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외교 넘어 과학기술 분야로 밀착.. 대응 고심하는 中

대만 TSMC, 中 반도체 관련 기업 신규 주문받지 않기로
바이든, 대만에 비공식 대표단 파견.. 14일부터 사흘간 일정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며 대만에 대한 고립 정책을 펴는 가운데 미국과 대만이 외교뿐 아니라 과학기술 등으로 접촉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이를 인용해 대만 TSMC가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설계업체인 중국 파이티움(페이텅)의 반도체 생산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과 반도체 주도권 강화 등의 이유로 최근 중국 반도체와 슈퍼컴퓨터 관련 기업 등 7곳을 미국과 거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대만 기업이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한 셈이다. 파이티움은 반도체 설계업체로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아 파운드리 업체들이 주문을 받아주지 않으면 제품 생산을 할 수 없다. 중국에도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있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 등의 부담으로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 등 자국 기업과 거래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SCMP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칩을 설계하는 데 미국 기술이 필요하다”며 “TSMC로부터 공급이 중단되면 파이티움은 7nm(10억분의 1ｍ)칩 재고분으로 버텨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파이티움은 일반 컴퓨터 외에 중국 군사, 과학 관련 기관들이 운영하는 주요 슈퍼컴퓨터에도 CPU를 납품하고 있어 이번 조치는 중국의 슈퍼컴퓨터 개발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83년 처음으로 자체 슈퍼컴을 개발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슈퍼컴을 보유한 나라지만, 질적으로는 미국, 일본에 뒤처져있다.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로고. AFP뉴스1

중국 정보기술 전문가 윌리엄 리는 SCMP에 “미국의 제재가 중국에 즉각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더라도 중국의 더 강력한 슈퍼컴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낸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과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리처드 아미티지, 제임스 스타인버그 등 비공식 대표단 3명이 14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한다. 이들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대만의 국가안보, 외교 및 국방 분야의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다. 비공식 대표단 파견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투표한 대만관계법 제정(4월 10일) 42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앞서 미 국무부는 미국 관리들과 대만 측 관리들의 교류를 장려하는 새로운 지침을 내놨다. 대표단 파견은 이 지침을 발표 후 나온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접촉면 확대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AP연합뉴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마샤오광 대변인은 전날 “미국이 중국의 대만 지역과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 차원에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대 연합 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준수하는 것은 미 정부와 중국 측의 엄숙한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을 위해 차세대 모니터 제조에 필요한 액정 디스플레이, 유기 발광 다이오드 등의 원자재와 관련 반도체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중국 정보소비연합 샹리강 국장은 “중국이 자체 반도체 산업 체인을 구축할 수 있게 수입 재료와 장비를 공급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