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무한사랑 보여주고 떠나신 아버지.. 치매 있지만 건강하신 어머니

기자 2021. 4.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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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어버이날이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우리 가족은 부모님께 보내는 짧은 편지를 준비한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다음에 뵈러 갈게요. 건강하세요.' 내용은 늘 비슷하지만, 마음에 있는 말들이다.

"영감쟁이 아직도 안 들어왔나. 만날 놀러 나가노. 아버지 안 들어왔는데 불 켜놓아라." 내심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는 그렇게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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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매년 어버이날이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우리 가족은 부모님께 보내는 짧은 편지를 준비한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다음에 뵈러 갈게요. 건강하세요.’ 내용은 늘 비슷하지만, 마음에 있는 말들이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때면 편지를 받고 기뻐하실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 수가 없다. 아버지께서 작년에 돌아가셨고 엄마는 치매를 앓고 계시기 때문이다.

“엄마~막내 왔다.” 엄마 귀에 대고 말을 하면 귀찮다며 손을 내저으신다. 일주일에 삼사일은 하루 종일 주무신다. 일요일밖에 시간이 안 되는 나는 엄마가 깨어있는 날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도 좋다. 엄마 옆에 누워 손을 잡고 딱 붙어 있으면 엄마 냄새가 난다. 그 냄새가 난 너무 좋다. 몇 년 전부터 엄마는 자신의 세계에 빠져 계신다. 잠이 깨면 아침이고 졸리면 밤이다. 드시기 좋게 잘 차려진 식사를 하곤 또 주무신다. 그래도 소화도 잘 시키고 육체적으로 건강하시니까 좋고 감사하다.

엄마는 몇 달 전 아버지가 천국 여행을 가신 것도 모르신다. 늘 안방에서 같이 지내던 아버지의 침대가 어느 순간 없어진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저녁이 되면 아버지의 이부자리를 꼼꼼하게 챙기신다. 남편에 대한 얄미운 정이 그 순간에 지극한 사랑으로 변한다. “영감쟁이 아직도 안 들어왔나. 만날 놀러 나가노. 아버지 안 들어왔는데 불 켜놓아라.” 내심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엄마가 여덟 명이나 되는 자녀 이름과 그 많은 손주 얼굴을 잊어버려도 괜찮다. 막내딸을 몰라보고 새댁이라고 부르면서 안부를 물어봐도 고맙다. 엄마랑 그렇게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나는 너무 좋다. 몇 년 전만 해도 엄마가 나를 못 알아봐서 얼마나 서운했던지…. 하지만 지금은 그저 엄마의 시간 속에서 행복한 날들만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

엄마는 일제강점기 때 유치원을 다니셨다고 한다. 그때가 엄마는 참 좋았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기분이 좋고 컨디션이 괜찮을 땐 어렸을 적 유치원에서 배웠다던 일본노래를 부르신다. 귀여운 율동과 함께 부르시는 그 모습에 나는 큰소리로 웃는다. 엄마는 그 순간 다섯 살 꼬마 아이로 돌아가 있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엄마가 돼 있었다. 엄마와 딸이 바뀌어 서로를 보고 즐거워한다.

아버지는 어린 나에겐 너무도 엄하고 무서운 분이셨다. 한창 짓궂을 나이의 두 오빠가 매일 혼나는 모습을 봐서일까? 성인이 된 뒤에도 겸상하는 것조차 어렵고 어색했다. 결혼 후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그 엄한 얼굴 뒤에 숨어 있었던 아버지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됐기에…. 자녀들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웠을까….

아버지는 스스로 변하셨다. 자녀들뿐 아니라 손주들에게도 무한사랑을 표현하셨다. 사는 게 힘들어도 열심히 하라고 손잡아주시고 토닥여주시고 안아주셨다. 온 가족이 모이는 날엔 노래방에 가서 노래 솜씨도 맘껏 뽐내셨다. 그러곤 우리끼리 맘 편히 놀라고 먼저 자리를 뜨셨다. 아버지는 그렇게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집에서 오빠 언니들의 보살핌으로 지내셨는데 나는 생업 때문에 자주 뵙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반년이 돼간다. 슬픔이 아물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슬픔보다는 큰사랑을 매 순간 느낀다.

엄마! 딱 지금처럼만 계시면 좋겠어요. 엄마의 시간 속에서 평온하시면 좋겠어요. 아버지! 엄마와 자녀들 걱정하지 마시고 천국에서 편히 지내세요. 두 분의 사랑으로 지금껏 잘 지내왔습니다. 너무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막내딸 장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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