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교정 기술로 모기 말라리아 전파 능력 없앴다

이현경 기자 2021. 4.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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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해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유전자를 항(抗)말라리아 유전자로 교정하는 기술이 처음 개발됐다.

니콜라이 윈드비클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모기의 유전자를 항말라리아 유전자로 교정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e라이프' 13일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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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이용..말라리아 퇴치 기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항말라리아 유전자로 교정한 모기가 나왔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제공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해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유전자를 항(抗)말라리아 유전자로 교정하는 기술이 처음 개발됐다.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모기가 말라리아 전파 능력이 없는 모기로 교정된 셈이다. 무엇보다 유전자 교정으로 삽입한 항말라리아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달돼 유전자 교정 모기를 말라리아 퇴치에 사용할 가능성이 생겼다. 

니콜라이 윈드비클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모기의 유전자를 항말라리아 유전자로 교정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e라이프’ 13일자에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1일 ‘2020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2019년 한 해에만 2억290만 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40만9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특히 말라리아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는 5세 이하 어린이로, 2019년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자의 67%(27만4000명)가 이 연령대에서 발생했다.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자의 94%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말라리아는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주로 경기, 강원, 인천의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5~10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가 개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OX513A’라는 유전자를 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이집트숲모기에 삽입해 특정 단백질이 생성되게 했다. 이 단백질은 모기가 유충에서 성충으로 자라는 걸 방해해 결과적으로 모기 개체수를 줄였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는 기술도 나왔다. 암컷의 생식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를 망가뜨려 암컷의 생식 능력을 줄인 것이다. 실험 결과 이 유전자가 교정된 모기 집단은 7~11세대 만에 전멸했다. 하지만 이들 방식은 모두 모기 개체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생물의 종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윈드비클러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되 개체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말라리아 전파는 막을 수 있도록 항말라리아 유전자에 주목했다. 아프리카에서 주로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감비아학질모기(Anopheles gambiae)에서 인간의 피를 빨아먹은 뒤 활성화되는 유전자를 찾아낸 뒤 이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잘라내고 이 자리에 항말라리아 유전자를 삽입했다. 

실험 결과 이렇게 교정된 모기는 다음 세대에도 항말라리아 유전자를 그대로 전달했다. 또 항말라리아 유전자를 가진 모기와 일반 말라리아 매개 모기와의 사이에 태어난 자손도 항말라리아 유전자를 가졌다. 윈드비클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유전자 교정 모기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실제 방사 시험에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명공학에서는 감염병 퇴치를 위해 다양한 유전자 조작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올해의 과학자 10명을 선정하며 인도네시아에서 뎅기열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모기에 윌바키아 세균을 집어넣은 생명공학 연구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실제 이 모기 덕분에 인도네시아에서는 뎅기열 환자 발생률이 77% 감소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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