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논란 끝 폐업 '용인 리얼돌 체험방' 가보니
"여성으로서 리얼돌 체험 카페라는 게 오픈했단 사실을 듣고 수치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특히 초중고생들이 많은 이 건물에 리얼돌 체험 카페를 연다는 것 자체를 상상도 못 했다." -같은 건물 1층 식당 아르바이트생 B씨
용인시 한 초등학교와 불과 4분 거리에 있는 한 상가.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와 마주 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최근 며칠 동안 리얼돌 체험방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문제의 리얼돌 체험방은 지난 일요일인 11일 문을 열었다가 주민들의 민원에 사흘 만에 영업을 접었다. 현행법상 리얼돌 체험방은 성인용품점으로 분류돼 영업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해당 체험방은 교육환경 관련법에 따라 위법 시설에 해당된다.
제대로 영업을 해보지도 못하고 개업하자마자 폐업 준비를 하게 된 업주 A씨는 일단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A씨는 "들어간 비용이 5000만원 정도 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떡하나. 내일(14일) 특수차량을 불러 간판도 다 떼기로 했다"라며 "토요일에 350만원을 주고 단 간판을 60만원 들여 다시 철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에는 사흘 정도 영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단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일요일에 문을 열었는데 구경해도 되냐고 찾아온 첫 손님은 기자였고 이후 손님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13일 오전에 이미 시청, 경찰청, 교육청 등을 포함해 20~3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며칠 사이 큰 주목을 받다 보니 당황한 기색도 역력했다. 업주 A씨는 리얼돌 체험방 이전에도 같은 장소에 안마방이 영업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큰 반발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 동네 모든 건물마다 마사지 업소가 하나씩은 있다"며 "성인용품점을 해도 학생들은 관심 없을 줄 알았다. 19세 미만 출입금지라고 다 붙여놓으니까 청소년들은 들어올 수도 없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리얼돌 체험방은 현행법상 성인용품점으로 분류되고, 성매매 업소가 아니라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다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리얼돌만 하더라도 법원은 풍속을 수입을 허가했지만 세관에서는 통관을 보류하고 있다.
주민들은 리얼돌 체험방 폐업 소식에 일단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같은 상가 건물에 입주한 다른 상인들도 큰 손해를 보게 된 해당 업주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리얼돌 체험방이 없어지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해당 건물 1층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C씨는 "같은 건물에 있는 게 좋진 않다.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마음 아프긴 한데 그래도 좀 그렇다"라며 "여긴 주택가이고, 학원가인데"라고 밝혔다.
중국집 사장 부인 D씨는 "간판에 리얼돌 체험방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좀 그랬고, '리얼돌 체험'이라는 것도 진짜 싫다"며 "사장이 손해를 본 건 안타깝지만 다른 사업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서 학생들이 자주 찾는 분식집을 운영하는 E씨도 "오늘 보니 스티커도 없어지고 팻말도 없어져서 다행이다 싶었다"라며 "학생들이 팻말을 보고 이게 뭐냐고 소곤거리기도 해서, 치워달라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가게가 없어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반색했다. 남자 주민들도 리얼돌 체험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학원가가 형성돼 청소년들의 왕래가 잦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20대 주민 F씨는 "주변에 마사지방들이 있긴 한데 그거랑 리얼돌 체험카페는 좀 다르다"라며 "학부모들이 신고했다고 하던데, 신고할만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리얼돌 체험방은 학교로부터 반경 200m 내에서 영업할 수 없다. 문제가 된 리얼돌 체험방은 인근 초등학교와 경계상 200m 내로 상대보호구역에 해당한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 9조에 따르면 상대보호구역에서 리얼돌 체험방 운영은 불법이다. 리얼돌 체험방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시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다.
용인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시설은 학교와 경계상 200m 이내라 상대보호구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위법 시설이 맞다"며 "인허가 시설이 아니라서 오픈을 하기 전에는 모른다. 해당 업주가 바로 폐업을 함에 따라 고발이나 벌금 등은 해당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얼돌 체험방 같은 층 바로 옆에는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13일 오후에도 도서관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2~3명의 아이들이 보였다. 이 도서관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경기도 지원으로 초등돌봄교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 리얼돌 체험방이 있는 상가 건물에는 논술학원과 교습학원, 외국어학원이 있고 독서실도 있다. 바로 옆 건물에도 미술학원과 수학학원이 있고, 카페에는 공부하는 중·고등 학생들로 가득했다.
업주 A씨는 이날 자신이 철거할 수 있는 간판 스티커와 팻말 등은 모두 스스로 제거했다고 한다. 그는 "민원이 들어왔으니 일단 최선을 다해서 간판스티커와 팻말을 철거한 상태"라며 직접 나서 기자에게 상가 곳곳 리얼돌 체험방 간판 스티커를 뗀 곳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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