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백신을"..보호받지 못하는 개도국 의료진
[경향신문]
코로나19 백신, 누가 먼저 맞아야 할까. 대부분의 나라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우선 접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다르다. 백신과 의료 인프라 공급이 여의치 않아 이들 나라의 의료진은 별다른 대책 없이 코로나19 감염 위험 속에 방치되고 있다.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수단 보건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사망에 이른 수단의 의료계 종사자는 최소 200명이다”고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당국도 지난해 3월부터 9달간 의료계 종사자 34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밝혔다.
수단 의사 마날 엘데게어는 “백신 접종을 통해 의사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3차 대유행이 불어닥쳤을 때 더 많은 의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단의 백신 수급 상황은 여의치 않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지난 5일 기준 수단의 백신 접종률을 0.01%로 집계했다. 수단은 코백스 퍼실리티(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난달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으로부터도 시노팜 백신 25만회분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중국 보건당국은 지난주 자국에 공급할 백신 재고가 부족하다고 밝혔고, 이에 수단 백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단은 병상과 의료 인력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보건부 관계자는 수단에 집중치료 전공의가 3명 뿐이며, 중환자 병상은 전국에서 80개 미만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60대 의사 엘타이브 엘나이엠은 “의대생으로부터 감염됐을 수도 있고, 병원에 갈 여유가 없는 환자들 집에 찾아가 진료했을 때 감염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단 의사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으며, 일부 병원은 의료진에게 마스크조차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천명의 수단 의사들은 경제 불황으로 거의 1년째 봉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멕시코도 시끌시끌하다. 지난 9일 멕시코시티에서는 의료계 종사자 500여명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공공 의료기관뿐 아니라 사설 의료기관의 직원들을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로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멕시코 정부는 “사설 의료기관에 등록된 직원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공공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먼저 백신을 맞히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의사뿐 아니라 구급대원, 요양 보호사들도 나와 백신 우선 접종을 요구했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로 사망한 의료계 종사자(1320명)가 가장 많은 나라는 멕시코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멕시코 당국은 지난 5일까지 의료계 종사자 23만315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그중 369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는 13일까지 1140만회분의 주사를 접종했는데, 이 중 10%도 안 되는 90만회분만이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갔다.
백신 공급이 부족한 탓에 멕시코 정부는 사설 의료기관 직원들의 목소리를 못 들은척 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시위가 열린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사설 의료기관 종사자)은 기다려야 한다”고 발표해 더 큰 반발을 샀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멕시코 백신 접종률은 9.08%다. 이들은 지난달 미국 정부에 백신 지원 요청을 한 끝에 250만회분의 AZ 백신을 받기로 했다.
개발도상국의 백신 부족 현상 속에서 백신 공급은 더욱 느려질 전망이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전달될 AZ 백신을 생산하는 인도는 자국에서도 백신 배포가 늦어진다며 백신 수출을 중단했다. AZ 백신에 이어 존슨앤드존슨사에서 개발한 얀센 백신에서도 혈전 부작용 의심 증세가 나타나 접종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접종 중단 권고가 나온 뒤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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