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테러에 상선 공격까지..이란·이스라엘 충돌에 중동 긴장 고조

최서윤 기자 2021. 4. 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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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이스라엘, 핵 합의 복귀 방해 명백"..'빈 회담' 엇나갈까 우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나탄즈 핵 시설의 IR-8 원심분리기. © AFP=뉴스1 자료 사진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동 내 '숙적' 관계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몇 년간 벌여온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나탄즈 핵 시설 공격에 대한 반발로 우라늄 농축 수준을 순도 60%까지 상향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동 정세가 한껏 가열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 같은 긴장으로 이란 핵 합의 복귀를 위해 어렵게 첫발을 뗀 '빈(Vienna) 회담'이 엇나갈까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빈 회담' 시작하자 수면 위로 올라온 이란·이스라엘 '그림자 전쟁' : 14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나탄즈 핵 시설 공격으로 수면까지 올라온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운은 이란 핵 합의 복귀를 위한 당사국 회담이 시작된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한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복귀를 위한 당사국 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주, 이란의 한 선박이 홍해에서 지뢰에 의한 공격을 당했다고 이란 당국이 밝혔다.

이 직후인 지난 11일 나탄즈 핵 시설 사이버 공격이 연달아 이어진 것이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시설 내 전기 공급이 끊기고 화재가 발생하면서 원심 분리기가 손상됐다.

이란은 이 같은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반격에 들어갔다. 13일 페르시아만에서 이스라엘 상선 하이페리온 레이호가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고 이스라엘 채널12 뉴스가 보도했다. 바하마 국적 선사가 운행하는 해당 선박은 경미한 피해를 입고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수리를 받고 있다. 익명의 이란 군사 당국자는 "나탄즈 사건에 대해 이란이 첫 대응을 한 것"이라고 평했지만, 이란의 다음 대응은 더 강력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이 2021년 4월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에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국영TV를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순도 60%의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겠다고 통보한 사실을 전했다. 이란이 미국에 핵 합의 복귀를 통한 제재 해제를 압박하며 제시한 현 20%를 뛰어넘어, 핵 무기급에 해당하는 90%에 가까운 수준이다. 아울러 아락치 차관은 나탄즈 핵시설 내 손상된 원심분리기를 교체하면서 성능이 50% 높은 원심분리기 1000기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락치 차관은 핵합의 복귀 회담에서 이란 협상단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전운은 어렵게 시작한 이란핵합의 복귀 회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핵합의 방해' 계속될 것…美, 뜸 들일 시간 없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수잔 디마지오 선임 연구원은 WP에 "나탄즈 사건은 미국과 이란의 외교를 되살리기 위한 대화(빈 회담)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면서 "위험하고 긴장이 고조된 사이클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빈 회담 합의 도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미국은 어떤 제재를 철회할지 분명히 하고, 이란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현재 빈 회담은 미국 협상단이 별도의 호텔에 머무는 가운데 EU 의장단이 양측을 오가는 '간접 대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간접대화라는 방식 덕분에 이번 과정이 시작될 수 있었지만,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려면 '직접 외교'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안에 정통한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은 "이란의 행보는 우라늄 농축 수준을 군사적 영역까지 끌어올림으로써 충분히 회담을 엇나가게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단계를 확대한 것(escalation)"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을 할 때는 기본 원칙이라는 게 있다. 선의로 임해야 한다는 것과 확대(escalate)하면 안된다는 것, 즉 협상의 기본을 바꾸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운 속에서도 핵합의 복귀 회담에서 이탈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은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다. 경제 상황이 악화한 이란으로서는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면한 국내 정치적 상황도 중동 안정에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2년째 4번이나 선거를 치렀지만, 이번에도 충분한 득표율을 얻지 못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되며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겪고 있다. 이란 역시 6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핵합의를 반기지 않는 강경파 득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2021년 4월 6일 정례 브리핑 모습. © AFP=뉴스1

젠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 상향 결정에 대해 "도발적"이라며 "이란이 핵 합의 대화에 진지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지만, 메흐자드 보루제르디 버지니아공대 공공국제대학원(SPIA)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의 이란 선박과 나탄즈 핵시설 공격 같은 행위를 계속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백악관이 어느 시점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이려는 모든 어뢰 공격을 다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설상가상 현지시간으로 오는 14일 예정한 빈 회담 재개는 EU 대표단의 한 수행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연기됐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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