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 상장 준비에 술렁이는 건설업계.. "현대건설과 합병할까 주목"

고성민 기자 2021. 4. 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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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이 코스피 상장 절차에 착수하며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상장 이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과의 합병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시공능력평가에서 단숨에 1위인 삼성물산과 맞먹는 초대형 건설사가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그래픽=김란희

14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한다. 지난 9일 국내 주요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다음달 초 주관사단을 확정하고 연내 상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와 건설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수년 전부터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 회장이 상당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고리를 해소하는 것인데,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배구조 이슈에서 자주 언급된 이유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갖고 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룹 지배구조에선 하단에 있기 때문에 상장이 곧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현금화로 실탄을 마련,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덜어내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현대건설과의 합병 여부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38.62%를 보유한 지배회사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주택 시장에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함께 쓰고 있어 두 회사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기도 하다.

만약 양사가 합병하면 건설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020년 시공능력평가에서 현대건설은 2위(12조3953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7위(7조6770억원)를 기록했다. 양사 시평액을 단순 합산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1위인 삼성물산(20조8461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실제 시공능력평가는 단순 합산치보다는 적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합병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2011년 이후 현대건설은 보수적인 경영을 펼쳐왔다"면서 "내실을 탄탄히 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외향 성장을 추진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늘고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으로 부동산 경기가 긍정적이며, 해외도 포스트 코로나로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양사 합병으로 주택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도 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건설사에 디벨로퍼 역할이 강조되는 추세라 현대엔니지어링과의 합병은 현대건설이 디벨로퍼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한 그룹 아래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사는 그간 합병과 분할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양사 합병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실제 포스코건설은 2016년 "경영 판단을 신속히 하고 인력구조 및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관리비용을 절감하겠다"며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한 바 있다.

반면 합병 시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사업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상장 이후 합병 시 시가총액 비율대로 합병하기에 용이성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주택 부문만 해도 현대건설은 랜드마크 단지 위주, 현대엔지니어링은 오피스텔과 지식산업센터 위주여서 사업 부문이 세부적으론 다르다"면서 "해외 수주 현장에서도 현대건설은 중동, 현대엔지니어링은 아시아에서 강해 시너지 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히려 밸류에이션 할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합병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에 비해 현대엔지니어링이 고평가돼있어, 현대건설 주주들이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까지 가게 됐다는 점에서 오너가 리스크에 노출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높여 합병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가 오르고 인력 효율화와 구조조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대건설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 "조직 내부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가 10조원이라는 평가도 나오던데 건설업계 평가보다 많이 부풀려진 수치"라면서 "현대건설 시가총액이 5조원 수준이고, GS건설도 4조원을 넘지 못한 것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능력평가로는 삼성물산이 1위지만, 건설업계에선 현대건설이 실질적인 1위라고 보고 있다"면서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면 ‘슈퍼 1위’가 탄생하는 것인데, 시장점유율 확대엔 도움이 되겠지만 공공택지 입찰 등에선 2개사가 각각 입찰하는 게 유리해 특정 부분에선 오히려 경쟁사가 미소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상장을 위해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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