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죽음 부른 '김민수 검사' 잡고 보니..40대 말단 콜센터 직원
경찰, 100억대 피싱사기조직
작년 11월 93명 검거했지만
당시에 '김검사'는 잡지못해
중국서 도피생활 하던중
자신 목소리 알려지자 부담
한국에 몰래 잠입했다 '덜미'
유가족 "강력한 처벌 원해"
14일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범죄단체 가입 활동 등 혐의로 A씨(40대) 등 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해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야 한다"면서 피해자인 20대 취준생을 속였고, 그가 인출한 42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평소 봉사활동을 해오며 취업을 준비하던 피해자는 '통화가 끊어지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겠다'는 A씨의 말에 속아 7시간 넘게 통화하다가 전화가 수차례 끊어지고, 이후 돈까지 잃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A씨 등이 속해 있던 보이스피싱 조직을 1차로 검거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핵심 간부인 조직폭력배 B씨를 포함해 중국 현지로 나가 기업형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조직폭력배와 일당 93명을 일망타진했다. 이들은 2015년 8월 중국 쑤저우 등 8개 지역에 콜센터 등을 마련해 국내에 발신번호 조작 중계기를 설치한 뒤 지난해 12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은 검찰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마치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속이는 방법,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출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100억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1차 검거 당시 경찰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A씨가 빠진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붙잡은 조직원에게서 중국 현지 유흥주점 회식 사진을 확보했고, 이 사진에서 A씨의 얼굴을 찾아냈다. 1년 넘게 사진 한 장으로 1만명에 가까운 중국행 항공기 탑승객 사진과 대조해 결국 A씨를 특정했지만 여전히 그의 행적은 묘연했다.
그러다 A씨가 돌연 귀국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중국에 있던 A씨가 자신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고, 본인의 목소리가 많이 알려진 데 부담을 느껴 몰래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경찰은 국내에 숨어 있던 A씨의 덜미를 잡는 데 성공했다.
붙잡힌 '김민수 검사'의 실체는 40대 무직자였다. 백수 생활을 하던 A씨는 '급전을 만질 수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2019년 4월 중국으로 넘어가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했다. '김민수 검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도 가장 말단인 콜센터 직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경찰은 "조직에서 서로를 모르게 하려고 직원들을 일정 기간마다 바꿔 콜센터 사무실에 배치하다 보니 서로 이름도 몰랐다"면서 "가로챈 돈으로 중국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취준생의 가족이 '내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을 수 있을까요'라며 사연을 올려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경찰은 "취준생의 부친과 통화했고, 부친께서 '평생 한이 맺힐 뻔했는데 자식의 한을 풀어준 경찰에게 감사하다'면서도 '공판 과정에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해당 조직 구성원이 대부분 검거됐으며, 일부 간부만 인터폴 수배를 받으며 외국에서 도피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검사를 사칭해 안전 계좌로의 송금과 직접 전달을 유도하는 전화, 금융기관의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전화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으로, 절대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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