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시작된 캐나다 ..'생체 시계' 교란 논쟁
매년 3월 봄에 시작되는 '서머타임'제
인위적으로 시간 재설정, 한 시간 앞당겨
사회 시계 vs 생체 시계..."신체 악영향" 논란
매년 3월 둘째 주 일요일, 북미 대륙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는 작업을 한다. 태양빛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표준 시간을 앞당겨 인위적으로 낮 시간을 늘리는 서머타임(Summer Time) 즉 일광절약 시간제(Daylight Saving Time, DST)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캐나다 각 주의 '서머타임(일광시간 절약제:DST) '적용 여부는 각 주정부의 법률에 의한다. 캐나다 유콘 지역의 경우 지난해 지역 주민 투표를 통해 일 년 내내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서스캐처원(Saskatchewan) 주는 서머타임을 적용하지 않고 일 년 내내 표준시를 유지한다.
◆영국 런던 "Six Public Clocks"을 지나가는 사람들 ⓒPhilip Han
현재 서머타임제(DST 일광절약 시간제)를 활용하는 전 세계 국가는 40% 미만이다. 일부 국가는 낮시간을 늘리고 밤 시간을 줄여 인공조명에 드는 전기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키기 위해 일광절약 시간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명 외에도 수많은 전자 제품을 시간에 상관없이 사용하는 현대사회에서 일광절약 시간제가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반면 서머타임 즉 일광절약 시간제가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는 수년간 계속되어 왔다.
캐나다 산업안전보건센터(CCOHS)에 따르면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면 교통사고가 평상시 보다 23%까지 증가할 수 있다. 1시간의 수면 손실로 신체 전반에 피로감이 쌓이고 이로 인해 운전자의 반응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앨버타 대학의 마이클 앤틀 교수(심리학자)는 최근 일광절약 시간제의 신체적 영향을 다룬 캐나다 CTV 취재에서 인위적인 시간 변경이 특히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망가진 수면 패턴으로 과제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학업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표준시간대를 설정하는 영국 그리니치를 지나는 본초 자오선 ⓒPhilip Han
일광절약 시간제를 따르기 위해 봄이면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고 가을이 되면 또다시 뒤로 늦추는 인위적 시간 변경이 반복되다 보면 생체리듬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시차나 지속적인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 상태와 유사하다고 한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주민 투표를 통해 시간 변경이 필요 없는 연중 지속적인 일광절약 시간제를 실시하려는 추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같은 시간대에 있는 인근 지역의 동참이 따라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 상호작용 때문이다.
2019년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회는 일 년 내내 일광절약 시간제를 적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같은 시간대에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 주가 동참하지 않아 시행을 미루고 있다. 이웃인 퀘벡주와 미국 뉴욕주의 동참이 필요한 동부의 온타리오(Ontario) 주도 마찬가지다.
앨버타주 역시 시간 변동이 필요 없는 연중 일광절약 시간제를 고려 중에 있다고 밝혔다. 만약 앨버타주에서 연중 일광절약 시간제를 시행한다면 12월 캘거리의 일출은 아침 9시 30분 이후에나 볼 수 있다.
일 년 내내 일광절약 시간제를 적용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수면의학 아카데미(AASM)와 국제 생체 리듬 연구 협회 (Society for Research on Biological Rhythms)는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려면 생체 시계에 맞서 싸워서는 안 되며 일광절약 시간제(DST)를 포기하고 표준 시간대를 연중 유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캘거리 = 김옥선 글로벌 리포터 oksunear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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