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사고 '후폭풍' 시작됐다
[경향신문]
지난 달 물류대란을 일으킨 수에즈 운하 정박사고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 관리당국은 사고원인 조사와 함께 거액의 배상금 청구절차에 돌입했고, 여기에 환경오염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집트 국영매체 알아흐람은 13일(현지시간) 이집트 법원이 수에즈 운하에 좌초돼 통행을 막은 에버기븐호의 선주 쇼에이 기센에 9억1600만달러(약 1조284억원)를 배상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수에즈운하청(SCA)이 에버기븐호를 압류했다고 보도했다. 수에즈운하청은 선박에 실린 화물도 압류했다.
대형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는 지난 달 23일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에즈 운하에 좌초됐다. 컨테이너선이 운하를 가로막으면서 이곳을 지나던 다른 선박 300~400여채가 장시간 정박했고, 일부는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는 곳으로 우회했다. 정박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마비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좌초 엿새만인 26일 에버기븐호는 가까스로 인양됐고 통행은 재개됐지만, 발생한 손해규모를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 누가 얼마나 책임을 질 것인지 공방이 시작됐다. 수에즈운하는 국제무역의 약12%를 차지하고, 이집트는 통행료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를 벌어들인다.
오사마 라비 운하청장은 이집트 언론 윰7과의 인터뷰에서 운하통행이 막혀 생긴 피해와 인양작업 등으로 발생한 비용 등을 포함해 10억 달러(약 1조1177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버기븐호의 보험사인 UK클럽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배상금 규모에 이견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UK클럽은 “수에즈운하청의 배상금 요구 규모가 대부분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심사숙고한 끝에 전날 관대한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일단 배를 압류했으나, 양측이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CNN은 전했다. 수에즈운하청은 15일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BBC는 이날 엿새간의 수에즈 운하 정박사고로 환경 오염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수백대의 배가 장시간 정박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황(SO2) 농도가 지중해 운하 정상 수치의 5배까지 올라갔다”며 “유럽연합(EU)의 센티넬-5P 위성에서 오염사실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당시 350척 이상의 배들이 운하 북쪽 끝에 정박해 있었고, 주력 엔진은 껐지만 보조동력장치와 보일러를 가동하고 있었는데 이때문에 SO2가 다량 발생했다는 것이다. SO2는 선박엔진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데 인체는 물론 대기·해양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오염물질로 꼽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연간 이산화황 배출을 70%까지 줄이기 위해 청정오일을 도입하는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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