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 밖 엄태구 "반려견=삶의 활력소, '동물농장' 나가고파"(종합)[EN:인터뷰]

배효주 2021. 4. 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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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배효주 기자]

피로 물든 낙원의 한 남자. 잔혹한 누아르 속 거친 캐릭터 '태구'를 연기한 엄태구가 "사실은 '동물농장' 애청자라 꼭 한 번 나가보고 싶다"며 여지없는 반전 매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4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한국영화로 유일하게 초청된 작품이다.

엄태구는 모두의 표적이 된 남자 태구로 분해 감성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범죄 조직의 에이스인 태구는 상대 조직의 타깃이 되어 그들을 피하기 위해 낙원의 섬 제주로 가게 된 인물이다.

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엄태구는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관객을 만난 소감에 대해 "신기하다. 다른 나라 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낙원의 밤'에 대해 "정통 누아르이면서 신선하고 새로움이 가미된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놀랐다. 대본보다 더 처절하고, 통쾌하고, 웃겼던 것 같다. 특히 화면의 차가운 느낌이 잘 살려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평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맡은 인물의 이름도 '태구'라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말한 엄태구. 그는 "박훈정 감독님께 혹시 '태구' 캐릭터를 저를 염두에 두고 쓰셨냐고 물었는데 아니라 하시더라. 저를 잘 몰랐을 때부터 쓰신 대본이라고. 나중에 엄태구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주연으로 제안 받은 것에 대해 "놀라웠다"면서, 본인이 너무 많이 나와 "민망했다"고도.

이어 엄태구는 "박훈정 감독님께서 얼굴만으로도 서사를 주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에 삶의 찌듦이나 지침을 품 안에 담고 연기하려 했다. 외적으로는 스킨이나 로션만 바르면서 피부를 거칠게 표현했고, 립밤도 바르지 않았다"고 기울인 노력을 밝혔다.

조직폭력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5kg이나 증량했다고도 밝힌 엄태구는 "무조건 많이 먹었다. 특히 살을 찌우게 해주는 보충제 효과를 많이 봤다"고 귀띔했다.

기억에 남는 액션 장면은 사우나 신과 차량 추격 신이다. 엄태구는 "차 안에서 한 액션 신에서는 저보다 함께 한 무술팀이 리얼하게 받아주셨다. 그 분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탈의하고 찍은 사우나 신에 대해선 "처음에는 부끄러웠다"며 "스태프들은 모두 옷을 입고 있었다. 사우나가 습하고 더웠는데, 스태프들이 땀을 흘리면서 고생하셨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회상했다.

'죄 많은 소녀'로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쓴 것은 물론 드라마 '빈센조'에 출연 중인 전여빈은 삶의 끝에 선 재연 역을 맡았다. 유일한 혈육인 삼촌과 함께 제주도에 살고 있는 재연은 두려운 것이 없는 캐릭터다.

엄태구는 전여빈에 대해 "영화 '죄 많은 소녀'에서 '연기 괴물'이란 평을 받았던데, 실제로 영화를 보니까 그 평이 딱 맞는 것 같았다"며 "전여빈 배우는 연기도 잘하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멜로가 아닌 듯 멜로 느낌을 주는 두 사람의 위태로운 호흡이 인상 깊다. 엄태구는 "호흡에 대해서는 전여빈 배우보다는 감독님과 논의를 많이 하며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의 장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여빈이 장식한 강렬한 마지막 신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낯을 심하게 가리는 엄태구는 그간 호흡을 맞춘 여성 배우 중 전여빈과 가장 대화를 많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엄태구는 "박훈정 감독님 덕분인 것 같다"며 "매일 저와 전여빈 배우를 불러서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사주셨다. 자연스레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됐다"고 귀띔했다.

두 사람의 치명적인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만큼, 진한 멜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는 말에 엄태구는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전여빈 배우와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고도 전했다.

무엇보다 제주도에서의 촬영이 인상 깊었을 것. 엄태구는 "촬영을 마치고 해안도로에서 제주도 풍경을 봤다. 다른 촬영장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풍경들에 힐링과 위로가 됐다.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제주도 맛집 투어도 특별한 경험이 됐다. 엄태구는 "박훈정 감독님이 제주도 맛집을 많이 데려가주셔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선한 성격과 정 반대로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엄태구는 "선한 모습이나 악한 모습 둘 다 내 안에 있는 것 같다"며 "평소에는 꺼내지 않던 나의 모습도 현장에선 꺼내볼 수 있는 게 이 직업의 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재미가 없다. 집에만 있고 취미도 없다. 촬영이 없으면 심심하게 보낸다"는 그는 반려견 '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동물농장' 애청자인데 불러주면 나가보고 싶다. 자주 본다. 동물들과 함께 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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