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윗선 불기소한 檢, 재수사 위한 포석?

김효정 기자 2021. 4. 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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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을 규명했다. 2018.12.31/뉴스1
2018년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윗선’의 범행 관여 정황을 의심하면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야당이 항고를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상황이 바뀌면 기소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 "범행 가담 강한 의심 들지만…혐의 입증 안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권상대)는 지난 9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3명을 재판에 넘겼다. 후보 매수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 비서관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14일 국민의힘 김도읍·곽상도 의원이 제출받은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들 세 사람이 앞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 경제부시장 등과 소통하며 선거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이 “순차 의사 전달을 통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다만 “피의자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현재까지 확인 가능했던 증거나 정황만으로는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조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송 시장의 당내 경선자인 임동호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을 매수한 정황, 송병기 전 부시장 업무수첩에 송 시장 선거전략과 더불어 이들의 이름이 언급된 사실 등을 확인했으나 당사자가 부인하고 있고 수첩에 기재된 것만으로는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하명수사에 대해서도 민정비서관실 직원 문모씨가 송병기 전 부시장으로부터 입수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정보를 가공해 이 비서관에게 보고했고, 이 비서관이 이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으나 이 비서관까지 범행에 가담했다는 핵심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재수사 여지 남겨 둔 것…항고는 어렵다"
불기소 이유가 공개되자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소극적 수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곽 의원 측은 “보고를 받고 동향 파악을 한 사람들이 무혐의 처분이 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와 논의해 항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항고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상급 검찰청인 고등검찰청에 재심을 요구하는 절차다.

일각에서는 “재수사 여지를 남긴 처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겨냥 수사를 밀고 나갔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계산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는 유죄를 확실하게 받을 정도로 증거가 확보 됐는지를 기준으로 사건을 결정하는데, 이번 결정은 정황은 충분하지만 기소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없어 불기소한다는 취지로 읽힌다”며 “청와대 개입 여부와 관련해 압수수색 등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완결된 수사라기보다는 향후 재수사 여지를 남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봤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법원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 원칙(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다시 재판하지 않는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경우 검찰은 언제든지 사건을 재수사할 수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다른 변호사도 “심증은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유죄를 받아내긴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간 것”이라며 “만일 이대로 기소해 문제가 되면 검찰의 무리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불기소 이유서를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당의 항고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는 항고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권이 교체되거나 핵심 인물들이 바뀐 후 다시 문제제기를 했을 때 수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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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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