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 외친 국민의힘 중진들.. '세대교체' 떨떠름..당권 두고 충돌
국민의힘 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14일 연석회의를 열고 당의 미래와 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중진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국민의당과의 신속한 합당과 야권 대통합을 주장했다. 다만 당의 혁신을 위해 중진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선수가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4.7 재보선 이후 첫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과 조경태·서병수·박진·권영세·김기현·홍문표·이명수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들이 참여했다.
중진의원들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빠른 합당을 강조했다. 야권이 뭉치는 게 곧 '자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진석 의원은 "최근에 자강을 먼저 해야 한다, 통합을 먼저 해야 한다는 논란 있는데 저는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일대오를 만들어 더 큰 제1야당을 만들고 더 단단해진 야권 세력을 구축하는 게 어떻게 자강이 아닐 수 있느냐"고 따졌다.
정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는 매우 순항 중이다"며 "중진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합이 순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통합을 위해선 신속하게 '선언'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문표 의원은 "실무진이 통합을 해결하는 방법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통합) 선언부터 해야 한다. "안 대표와 우리 대표가 만나서 몇월 며칠까지 (통합을) 한다고 대국민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진의원들의 이런 발언은 당 혁신을 두고 최근 불거진 '자강론' 대 '대통합' 논란이 배경에 있다. 혁신하려면 국민의힘 내부로부터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자강론의 대표 주창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의원도 있었다. 권영세 의원은 회의 말미에 "간단하게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운을 뗀 뒤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마시던 물에 침 뱉고 돌아서는 건 현명한 분이 할 행동은 아니다"고 말했다.
당의 혁신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초선의원들이 앞장서 변화를 요구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진의원 중에선 서병수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서 의원은 전날(13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저를 비롯해 당 안팎에서 힘깨나 쓴다는 분들부터 지금은 나서지 않아야 한다"며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과거의 방식 그대로 과거의 사람들이 나와서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한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한 번쯤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며 "중진의원들은 내가 정말 나서야 할 때이고 나서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젊은 사람이 등장해서 새로운 정치 세대를 구축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번 전당대회에서 중진들이 출마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내키지 않는 반응을 보인 중진도 있었다. 조경태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람이 중요한 거 아니냐"고 밝혔다.
이어 "송언석 의원이 폭행과 폭언 등 상당히 불쾌한 갑질 행태를 했을 때 초선 의원들이 말 한마디 안 했다. 그분들을 개혁적 인물이라 볼 수 있느냐"며 "나는 초선 의원보다 더 젊다. 내 나이가 53이다"고 말했다.
앞서 조 의원은 중진 연석회의에서 "최근 당직자를 발길질 폭행하고 폭언 일삼은 국회의원에 대해서 비대위원 비서실장이란 이름으로 대충 뭉개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이런 잘못된 갑질 행태에 대해 우리 당이 신속하게 긴급 윤리위를 소집해서 엄격하게 처리했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송 의원의 당직자 폭행에 대한 당의 사후 처리를 비판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주 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을 겨냥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홍문표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주호영 당 대표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과의 당 대표 단일화 보도에 대해 ‘담합’으로 규정했다"며 "4.7 보궐선거가 끝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만과 독선 정치’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조직과 체제를 혁신하고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당의 중진의원들의 당 대표 담합 소식에 국민과 당원들은 70-80년대 정치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구태정치이자 나눠먹기식 패거리 정치다. 이런 추잡한 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론 보도에서 주 권한대행과 정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두고 물밑에서 조율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홍 의원은 "이 부분을 지적했으나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 했다"며 "그렇다면 언론이 허위 거짓말로 단일화 보도를 만들어 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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