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소음 피해받는다, 조용해진 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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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내는 소음은 육상이건 바다건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때론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음은 동물을 넘어 식물에까지 오랫동안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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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퍼뜨리는 새 떠나자 번식률 격감..생태계 전반 영향 끼쳐 회복에 오래 걸려
사람이 내는 소음은 육상이건 바다건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때론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음은 동물을 넘어 식물에까지 오랫동안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은 귀가 없으니 직접 소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식물이 가루받이하고 씨앗을 퍼뜨리는 생태계 구성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연구자들은 식물의 소음 피해를 연구할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 뉴멕시코주 천연가스정 주변에는 채굴한 가스를 압축하는 장치가 24시간 가동하는 지역이 있는데 소음도는 철도 변 수준인 100㏈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12년 전 압축기가 가동하는 지역에서 조용한 곳보다 어린 피니언 소나무가 75%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북미 남서부에 분포하는 이 소나무에는 잣처럼 영양분이 풍부한 견과가 열려 오래전부터 원주민의 주요한 식량이었다.
소음이 심한 곳에서 피니언 소나무가 제대로 번식하지 못하는 이유로 연구자들은 이 지역 고유종 새인 어치를 꼽았다. 나중을 위해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이 있는 이 어치는 해마다 겨울나기를 위해 수천개의 피니언 소나무 열매를 땅에 묻는다.
어치가 묻은 곳을 잊어버린 소나무 열매는 어린나무로 자란다. 소음 때문에 어치가 찾아오지 않으면 이런 파종도 중단되고 소나무는 자손을 퍼뜨리는 데 치명타를 입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후 지속해서 시끄러운 가스정 부근의 식물을 조사해 왔다. 새로 돋는 피니언 소나무의 수도 적고 어린나무는 더 느리게 자랐다. 그렇지만 일부 조사지역에서는 소음이 멈추기도 했다. 채굴 수율을 높이기 위해 종종 압축기 위치를 옮겼기 때문이다.
소음이 줄면 나무의 번식과 성장은 회복됐을까. 연구자들은 최근 조사한 결과 소음은 줄었지만 영향은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나무가 적은 것은 소음 영향이 연장된 것이라 그렇다 쳐도 새로 돋는 나무도 훨씬 적었다.
소음이 사라져도 소나무의 번식이 회복되지 않은 데 대해 연구에 참여한 제니퍼 필립스 텍사스 에이 앤 엠 대 샌안토니오 캠퍼스 교수는 “어치는 단편적 기억력이 있는데 소음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런 지역을 피하게 된다”며 “문제는 어치가 전에 시끄러웠던 곳을 재발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게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 소음의 영향도 달랐다.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이 소나무와 다른 노간주나무는 소음이 사라지자 소나무보다 빨리 회복했다. 일부 꽃 피는 식물은 소음 속에서도 번성했다.
연구자들은 생태계의 복잡성 때문에 소음의 영향은 생태계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고 설명했다. 클린트 프란시스 폴리테크닉 주립대 생물학 교수는 “피니언 소나무와 어치의 관계는 밝혀졌지만 관목과 초본의 풍부도가 변하면서 식물 군집 자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생긴 까닭은 소음이 식물을 먹는 사슴과 다양한 곤충, 가루받이 동물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이유로 인위적 소음으로 인한 영향으로부터 식물 군집이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0.290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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