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부작용 '명현현상'이라며 방치한 약사 벌금형

대구법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대구지법 형사5단독 예혁준 부장판사는 판매한 건강기능식품에서 부작용이 생겼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환자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기소된 A(48)씨와 B(58)씨 등 약사 2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대구에서 약국을 운영한 A씨는 2019년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C씨 가족에게 건강기능식품에 불과한 2가지 제품을 특효약이라며 100만원어치를 팔았다.

이 약은 건강식품 업체를 운영하는 B씨가 벌꿀 등을 혼합해 만든 것이었다.

C씨 가족은 해당 제품을 복용하던 중 피부 변색과 가려움증 등이 생기자 A씨에게 문의했다.

제품 판매와 제조를 맡은 A·B씨는 C씨가 전문의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게 하지 않고 해당 증상은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명현현상이라고 봤다. 때문에 2개 제품 가운데 1가지 제품의 복용은 중단시키고, 나머지 제품은 계속 복용하게 했다.

그러나 C씨는 부종과 피부변색, 통증 등이 심해지는 등 상태가 악화됐고, 대학병원에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독성홍반, 약물발진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후 C씨 가족은 A씨 등을 상대로 고소했다.

A씨 등은 재판에서 해당 증세는 명현현상인 만큼 제품을 계속 복용했으면 증세가 호전됐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 부장판사는 "해당 제품에 관한 부작용 보고 사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증상 악화가 나타났다면 약사인 피고인들이 적어도 인과관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가 전문 의료진의 진단이나 검사를 받아보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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