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분의 1' 확률.. '조혈모세포 기증' 약속 지켰다

박성훈 기자 2021. 4. 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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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언젠가 조혈모세포(체내에서 백혈구, 적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미 세포) 이식이 절실한 순간이 올 수 있잖아요. '나는 혈액암, 백혈병에 안 걸릴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나중에 스스로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참해줬으면 좋겠어요."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와 기증자 간 조직적합성항원(HLA)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하는데, 이런 사람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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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일치 환자에 이식… 수원시청 지가영 주무관

2015년 동료직원 혈액암 진단

그때 직원 100명이 기증 서약

올해초 연락받고 3개월간 준비

“가족들 처음엔 걱정 많았지만

저의 신념 알고 지지하며 격려

도움 필요한 순간 위해서라도

조혈모세포 기증 동참했으면”

“누구나 언젠가 조혈모세포(체내에서 백혈구, 적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미 세포) 이식이 절실한 순간이 올 수 있잖아요. ‘나는 혈액암, 백혈병에 안 걸릴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나중에 스스로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참해줬으면 좋겠어요.”

한 혈액암 환자가 자신과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선뜻 조혈모세포 이식에 나선 이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경기 수원시청 교육청소년과 평생학습팀에 근무하는 지가영(37·사진) 주무관이다. 지 주무관은 지난 7~9일 수원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서 조혈모세포를 기증,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와 기증자 간 조직적합성항원(HLA)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하는데, 이런 사람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부모·자녀 간 유전자 일치 확률이 5%이고, 형제자매 간에도 25% 수준으로 매우 낮아서 가족 간 기증자를 찾지 못하면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타인 간 HLA 유전자형이 일치할 확률은 ‘수만 분의 1’이다.

지 주무관은 올해 초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자신과 HLA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적잖이 걱정했지만 “내가 거절한다면 그 환자는 영영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 주무관의 굳은 의지를 듣고는 흔쾌히 동의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동료들도 그를 응원했다. 지 주무관은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려면 건강검진과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고, 병원에 입원도 해야 해서 다른 직원들에게 폐를 끼치는데, 직원들이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며 오히려 크게 격려해줘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이 지 주무관과 환자의 유전자 일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지 주무관이 지난 2015년 ‘조혈모세포 기증’ 서약을 했기 때문이다. 지 주무관은 당시 수원시 권선구청에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혈액암 진단을 받았는데 가족 중에 이식수술에 적합한 이를 찾을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직원 100여 명과 함께 기증 서약을 하고 피를 뽑아 등록했다. 그는 “조혈모세포를 골수에서 추출하는 건 옛날 얘기고, 지금은 혈액에서 필요한 성분만 추출하는 식으로 진료가 이뤄져 헌혈 정도의 수고만 들이면 된다”며 “서약을 했어도 실제 기증은 나중에 결정해도 되니 많은 사람이 서약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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