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학생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에 '징역 8년'

전현진 기자 2021. 4. 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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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검찰 구형보다 2년 더
"눈 안 좋았다" 피의자 변론
법원 "더 주의했어야" 일침

[경향신문]

술에 취해 운전하다 한국에서 공부하던 대만 유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검찰의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52)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과거 2차례 음주운전이 적발돼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만취 상태에서 과속·신호위반도 함께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이후 쩡이린의 한국인 친구가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세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23만여명이 동참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왼쪽 눈에 착용한 시력교정용 렌즈가 사고 순간 옆으로 돌아갔고, 오른쪽 눈은 각막 이식수술로 렌즈를 못한 상태라 시야가 흐려져 피해자를 보지 못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눈 건강과 시력이 좋지 못하다면 운전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오히려 술까지 마셨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더 커 유리하게 참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20년 7월1일 시행된 위험운전교통사고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 사건 혐의의 경우 권고형이 4년 이상 8년 이하에 해당한다”며 “위험운전치사죄와 실체적 경합(동일인의 여러 개 행위가 각각 범죄로 성립) 관계에 있는 음주운전죄 양형기준은 설정돼 있지 않으나 형을 정함에 있어 위 양형기준을 고려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점, 피해자 유족이 용서할 뜻이 없다고 하나 사죄하고자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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