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죽음 부른 '김민수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범인 잡혔다

조탁만 2021. 4. 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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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검사'를 사칭해 20대 취업 준비생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던 보이스피싱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범죄단체 가입 활동 등 혐의로 40대 A씨 등 5명을 검거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1차 검거 당시 경찰은 핵심 간부인 조직폭력배 B 씨를 포함해 중국 현지로 나가 기업형 범죄를 한 혐의로 일당 93명을 검거했는데, 이 때 A 씨가 빠진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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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를 위해 제작한 '검사 공무원증'과 '명함'./부산경찰청 제공.

지난해 11월 보이스피싱 일당 98명 검거… 검사 사칭 40대 등 5명 추가 검거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김민수 검사’를 사칭해 20대 취업 준비생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던 보이스피싱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범죄단체 가입 활동 등 혐의로 40대 A씨 등 5명을 검거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20일 20대 취업 준비생 김모씨를 상대로 "서울지방검찰청 김민수 검사다, 금융사기단과 연루돼 수사 협조가 필요하니 돈을 인출해야 한다"며 속인 뒤 42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당시 검찰 출입증과 명함 사진까지 이메일로 보냈고, 자신들을 의심하는 피해자들에게 가짜 검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A 씨의 지시에 따라 김씨는 전북 정읍의 한 은행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모아둔 420만 원을 찾았다.

이어 KTX 열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뒤 마포구의 한 주민센터 인근 택배함에 돈을 넣었다.

‘카페로 가서 기다리라’는 A씨의 추가 지시를 받은 김 씨는 하염없이 기다렸으나, A 씨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김씨는 다시 택배함으로 가보았지만 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며칠 뒤 김씨는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엔 ‘통화 중 전화를 끊어 검사님의 연락을 못 받아 공무집행방해죄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2월 김씨의 가족이 ‘내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을 수 있을까요’라며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렸고,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김씨는 대학 시절 희소병을 앓는 친구를 4년 내내 도울 만큼 심성이 바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11월 A 씨 등이 속해 있던 보이스피싱 조직을 1차로 검거했다. 이들은 2015년 8월부터 5년간 중국 쑤저우(蘇州) 등 8개 지역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검찰과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등의 수법으로 피해자 300여명을 속여 10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1차 검거 당시 경찰은 핵심 간부인 조직폭력배 B 씨를 포함해 중국 현지로 나가 기업형 범죄를 한 혐의로 일당 93명을 검거했는데, 이 때 A 씨가 빠진 것을 확인했다.

검거한 조직원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인 끝에 A씨를 붙잡은 경찰은 "조직원들 사이에 인적 사항을 알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정 기간마다 조직원을 바꿔 콜센터 사무실에 배치해 범인 특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목소리 주인공이 비행기를 탄 시기를 언급한 다른 조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탑승객 1만여 명 명단에서 연령대를 추려내는 방식으로 확인,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검거 소식을 접하고 "평생 한이 맺힐 뻔 했다. 김민수 검사 사칭범을 평생 못 잡을 줄 알았다"며 "공판 과정에도 참여해 피의자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경찰에 고마움을 전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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