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난 지 며칠 됐다고..티격태격 국민의힘, 당 안팎 '우려'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일주일째를 맞은 14일 국민의힘의 내부 혼란이 점차 심화되는 모양새다.
재보선 승리 이후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라며 변화와 혁신의 길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내부 경계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차기 당권 경쟁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이런 목소리는 점차 흐려지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과의 합당이라는 변수까지 추가되며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임기를 마치자마자 자중지란의 형국이 계속되자 당 안팎의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당 내부에서는 전당대회를 놓고 저마다의 해법이 난무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에 우호적이던 초선 의원들은 변화와 혁신을 실현하는 전당대회를 강조하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설에 다수 초선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진들 중에서는 5선의 서병수 의원이 여기에 힘을 실었다. 그는 전날(13일) 페이스북에 "젊은 미래세대가 산업화의 성취와 민주화의 성과를 뛰어넘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저를 비롯해 당 안팎에서 힘깨나 쓴다는 분들부터 지금은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세대교체론'을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당 대표에 대해 "차라리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초선 의원들은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영남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미래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과 연석회의를 열고 야권 통합이나 전당대회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도 당권 경쟁의 과열이나 오만한 승자의 모습에 대해 경계하는 발언들이 오갔다.
서 의원은 이 자리에서도 "과거의 사람들이 나와서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한번쯤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4선의 홍문표 의원은 "우리 당도 선거가 끝난 지 며칠 됐다고 오만에 빠져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경계했고, 4선 권영세 의원은 임기를 마친 뒤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작심 비판하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더 큰 제1야당, 더 큰 '기호 2번'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면 된다"며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했고, 4선의 박진 의원도 "야권 통합은 국민의 지상명령"이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공정한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4선의 이명수 의원도 "다음을 준비하는 노력이 빨라졌으면 한다"며 동조했다.
당권에 관한 논의가 점차 혼란상을 보이자 당 안팎에서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에 이기고 나서 일주일 만에 가장 걱정하던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중지를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어렵게 얻은 민심을 잃는 건 순식간"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논의를 주도적으로 끌고 갈 구심점이 보이지 않아 한동안 혼란상은 가중될 전망이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가장 심각한 것은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하거나 "당 대표하고 싶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아사리판" 등의 표현을 쓰며 이 같은 내부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재보선 승리 이후 이튿날인 지난 8일 당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정권교체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볼 도리가 없다"고 하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혁신 이야기는 전혀 안 나오고 오로지 당권을 얘기하고, 김종인이냐 반(反) 김종인이냐 이런 식으로 본질과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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