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미군 9월 11일 철수.. 중국 견제 전력투구하나
국기연 2021. 4. 14. 14:01
20년 치른 미국 최장기 전쟁 종식
탈레반 보복시 정치적 위기 지적도
탈레반 보복시 정치적 위기 지적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사건으로 발발한 최장기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20년만인 오는 9월 11일 끝내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미국에 테러 공격을 했던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세력이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고, 대미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군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 14일(현지시간) 미군 완전 철수 계획을 직접 발표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탈레반 세력을 제압하는 여건이 조성된 뒤에 미군 철수를 하려고 하면 미군은 영구히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던 알카에다 테러 집단이 9.11 테러 사건을 일으킨 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비호를 받으며 은신하고 있다고 이유로 아프간에서 군사 작전에 돌입했다. 미국은 그 이후 2조 달러(약 2230조 원)의 전비를 사용하면서 20년 동안 전쟁을 계속했고, 2400여명가량의 전사자가 나왔다.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장기 전쟁에 대한 회의론이 비등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5월 1일까지 완전히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펜타곤은 조기 미군 철군이 몰고 올 혼란 사태에 대한 우려를 백악관에 전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완전 철수 시점을 4개월가량 늦췄다. 탈레반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5월 1일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아프간에서 외국 군대에 대한 적대행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식하려는 이유는 지난 20년간 치른 소모전을 끝내고, 미국이 새로운 도전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부상하는 중국 견제, 기후 변화 대응,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등에 미국의 국력을 결집하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외 정책의 초점을 아시아에 맞출 것이라고 WP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를 제외한 중동 평화 문제에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WP가 분석했다. 미국의 최근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중동 평화에 매달렸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문제 등에 매달려 있는 사이에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군사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고, 미국이 너무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고, 미국을 겨냥한 국제 테러 조직의 본거지로 활용하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NYT가 지적했다. 2000년대 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아프간에서 발을 빼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고,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도 5월 1일 완전 철군 계획을 발표했으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철수할 계획이라고 영국의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은 750명가량이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전임 정부가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단행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독일 주둔 미군을 증원하기로 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부 장관과 가진 공동 회견에서 500명의 미군을 독일에 증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독일의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3만 6000 명가량인 주독 미군 중 약 1만 2000 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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