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만장일치" 野 중진들..비공개 회의선 "담합하나" 충돌(종합2보)

홍문표, 비공개 회의서 "주호영, 정진석 담합 정치"
전당대회 시기, 방식 등 놓고 백가쟁명식 토론도
정진석 "범야권 통합 진지하고 성의 있게 하자"
조경태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준비 나서야"
자중지란 경계도.."내부로 총구 향해서는 안돼"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며 조경태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광호 최서진 기자 = 국민의힘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퇴임 이후 당 운영을 둘러싸고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중진 의원들이 14일 이를 수습하기 위해 모였지만 각자의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혼란이 더 가중되는 모양새다.

당내 최다선 5선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중진의원 만장일치로 통합이 순리이고 그것이 당원들의 뜻에 부응하는 태도라 말했다. 굉장히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비공개회의에서 중진 의원들은 차기 당권 경쟁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이 당대표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일각의 보도와 관련 "비공개 회의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으나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 대행과 정 의원이 단일화를 추진했다면 이는 "담합"이라며 "4·7 보궐선거가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만과 독선 정치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직과 체제를 혁신하고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당의 중진의원들의 당 대표 담합 소식에 국민과 당원들은 70~80년대 정치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구태정치이자 나눠먹기식 패거리 정치라며 이런 추잡한 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을 보고도 권력을 나눠 갖는 독선 정치의 망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다"며 "투명하고 정정당당하게 그리고 자강을 통해 야권통합을 완수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현실 앞에서 당권이라는 권력에 취해 담합으로 권력을 나눠 갖는 모습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아사리판'이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도가 넘는 상왕정치와 감별사 정치를 멈춰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14. photo@newsis.com

공개 회의에서도 중진 의원들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국민의당과의 합당 등에 대해 각자 다른 의견을 밝히며 통일된 입장을 보이지 못했다.

가장 의견이 엇갈린 지점은 전당대회의 시기다. 주 대행이 전당대회 개최의 선결조건으로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내세운 것을 두고 통합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와 무관하게 전당대회를 빨리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위대한 민의에 올바로 응답해야 한다"며 "더 큰 제1야당, 더 큰 2번을 만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강이 먼저냐, 통합이 먼저냐 논란이 있는데 저는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왕 착수된 범야권 통합 논의는 그래서 더더욱 진지하고 성의 있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진 의원도 "야권통합은 국민의 지상 명령"이라며 "야권 통합 없이 정권 교체는 될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고 당의 생각이다. 혁신과 통합의 길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경태 의원은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은 도대체 국민의힘이 언제 전당대회를 하느냐는 물음표를 갖고 있다"며 "현 지도부가 빠른 시일 내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공정한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적거리면 이 또한 언론과 국민의 시선에서는 자중지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비대위원장이 소임을 다하고 물러났으니 이제 예측 가능한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전당대회 준비를 통해서 당원들 뜻을 물어서 새로운 지도부 구성하는 당당한 정당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도 당 혁신을 위해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국민들이 우리를 많이 선택했는지 겸허히 받아들이며 정부여당보다 우리가 더 혁신적으로 쇄신하고 겸허하게 다음 준비를 하는 노력이 빨라졌으면 한다"며 "절차와 기준은 있지만 과거 기준이라는 선례에 국한되면 진정 바라는 혁신과 쇄신은 이뤄질 수 없다. 시간을 빨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문표 의원은 합당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불확실한 일정에 대해서는 질타했다.

그는 "통합은 과거 경험을 보면 실무진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선언부터 해야 한다. 안 대표와 우리 대표가 만나서 몇 월 며칠까지 한다고 선언하고 실무진이 만들어가는 게 정치력인데 우리는 방향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띄워놨으니 저쪽에서 연락 오면 하겠다고 느슨하게 해서는 대통합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14. photo@newsis.com

자중지란을 경계하는 쓴소리도 쏟아졌다. 서병수 의원은 세대교체를 위해 중진들의 당대표 불출마를 제안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번 선거는 크게 보면 1987년 정치체제 이후 3당 합당으로 쭉 이어지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퇴진을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 아닌가한다"며 "이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당의 진로가 정해지고 전당대회나 여러 가지 지도체제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아무런 고민과 논의의 장도 없이 과거의 방식 그대로이고 이런 상태에서 또 과거의 사람들이 나와서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며 "한 번쯤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찬회처럼 의원들, 당원들, 당협위원장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정진석 의원도 "내부로 향하는 총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고 조경태 의원은 당직자 폭행 논란이 불거진 송언석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조속한 징계를 촉구했다.

홍문표 의원도 "선거가 끝난 지 며칠 됐다고 지금 오만에 빠지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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