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독일엔 미군 증원 '러 견제·나토 강화'
푸틴엔 '우크라 긴장' 경고
제3국서 정상회담 제안도
[경향신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병력을 대거 배치한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독일에 미군을 증강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라고 경고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과 가진 공동회견에서 “500명의 미군을 독일에 증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 병력은 유럽에서 억제와 방어를 강화할 것이며,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우리의 기존 능력을 증가시키고 필요하다면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독 미군 추가 배치는 전 정부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는 독일이 방위비 분담금을 적게 낸다며 주독 미군 3만6000여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만2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주독 미군을 감축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어 500명을 증원했다.
이번 결정은 나토를 강화하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의 일부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병력 증강을 두고 기싸움을 벌여왔다. 러시아는 지난달부터 2014년 크림반도 합병 후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배치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주독 미군 증강 결정은 우리가 나토를 최대한 지지한다는 메시지”라며 이번 결정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임을 암시했다.
증원 병력은 오는 9~10월 독일 남서부 비스바덴 지역에 배치될 계획이다. 유럽·아프리카 주둔 미 육군사령부 본부가 있는 비스바덴은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곳에 군사기지를 세웠고, 육군의 정보기관인 통합정보센터(CIC)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군사력 증강에 우려를 표명하고,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있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러시아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두 정상은 군비통제,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확대, 러시아의 사이버 침입과 선거 개입 혐의 등과 관련한 대화도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의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수개월 내에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양국 정상이 전 세계의 전략적 안보에 관한 논의를 할 준비가 됐다”고 밝히며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해 2015년 ‘민스크 협정’에 근거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로 2014년 체결한 협정으로 양국이 국경에 안전지대를 만들고 평화를 위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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