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내곡동 행정감사 보류'에 오 시장 의회 재방문..'협치' 가나

변태섭 2021. 4. 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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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10석 중 101석을 점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일단 협력’의 길로 들어서는 모양새다. 시의회는 오 시장을 겨냥한 행정사무감사를 보류했고, 오 시장은 취임 1주일도 안돼 시의회를 다시 찾았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시의회 의장단을 비공개 방문했다. 지난 8일 취임 첫날에 이은 두 번째 회동으로, 6일만에 시회의를 다시 찾은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도 시의회와의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 제8대 시의회 때 성공하지 못한 건 당시 시의회와 소통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그간 소홀했던 부분 감안해 협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자가진단키트 사용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도 신중히 검토한 뒤 절차를 밟아 진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이 12일 기자설명회, 13일 국무회의에 참석, ‘서울형 상생방역’ 추진을 위해 신종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주장한 만큼 그 연상선 상에서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의장단 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서로가 상호존중과 상생하자는 공감대 속에서 대화가 오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행정사무감사 보류’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시의회와 시가 '협력’ 모드에 들었다는 분석이다.

12일까지만 해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내곡동 땅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행정사무감사를 19일 시의회 300회 임시회 개회 첫날 의결 처리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그러나 그날 오 시장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 나설 예정인 상황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고, 의견이 흩어지자 13일 오후 민주당 시의원총회가 소집됐다. 여기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고, 2시간의 회의 끝에도 결론을 못 낸 의원들은 의장단에 최종 결정을 위임했다.

의장단은 곧바로 회의를 열어 이번 300회 임시회 때는 해당 건을 의결하지 않기로 했다. 조사특위 구성은 시의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된다. 현재 시의회 의석 110석 중 101석(91.8%)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에 걸림돌은 사실상 없던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오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은 6석이다.

시의회에 제동을 건 것은 여론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가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된 국민의 힘 소속 오 시장 발목을 잡고, 취임하자마자 각을 세우는 게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핵심 관계자는 “의장단에서 이번 회기 때는 조사특별위원회 구성 건의 본회의 의결을 하지 않고 6월 회기 때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의회 입장에서는 ‘연기 의결’에도 부담은 따른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과 함께 시의원들도 민심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탓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원들도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한 성난 민심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당선된 만큼 그 문제를 끄집어 냈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조사특위 구성 건 의결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여론을 의식해 ‘보류’한 것인 만큼 오 시장과 시의회의 ‘허니문 엔딩’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전망도 유효하다.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오 시장이 시민을 위해 하는 일은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면서도 “사업 지연, 성과 미비의 원인을 시의회 탓으로 돌리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6월 회기에서 해당 건이 의결되면 운영위원회에서 내곡동 땅 조사특위를 꾸리게 된다. 조사특위는 내곡동 보금자리주택 지구 관련 내부정보 유출과 오 시장의 내곡동 토지측량 경위 및 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성 인지 여부 등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내곡동 보금자리주택 개발과 오 시장의 이해충돌이 없었는지 살핀다는 것이다. 오 시장 처가의 내곡동 땅 문제는 민주당이 선거 기간 내내 문제를 제기했고, ‘생태탕’ 논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앞서 취임 첫날인 8일 오 시장은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의회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도와달라”고 몸을 낮췄고, 김 의장도 “원칙 있는 시정에는 적극 협력하고 협조하겠다”며 ‘협치’의 모습을 보였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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