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땐 수억, 내릴 땐 몇 천"..서민들에게 여전히 비싼 서울 전세값

마래푸 25평 8억→7.5억 전세계약 체결
작년 상반기 6억원 보단 1.5억 비싸
"몇천만원 내렸다고 전세시장이 진정되나"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 = 한주형 기자]

# 오는 7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회사원 김모씨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마포구 아현동 집의 계약을 갱신하고 싶지만,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주변 전셋값이 2억원 이상은 올라 출퇴근 길이 멀어져도 외곽으로 나가야할 처지에 놓였다며 한숨을 지었다.

무섭게 치솟던 전세가격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 세입자들의 가격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많은 집주인들이 전세가 나가지 않아도 전셋값을 크게 내리지 않고 있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1∼12월 주간 기준 상승률이 0.14∼0.15%까지 높아진 뒤 올해 1월 0.13%, 2월 0.07%, 3월 0.04%, 4월 0.03%로 상승폭이 줄고 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지난달 45주 만에 하락세(-0.02%)로 전환됐다.

이같은 하락세에 대해 업계는 단기간 전셋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계절적 비수기가 겹친 데다 신규 입주 단지에 전세 매물이 증가한 영향 등으로 수급이 안정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전날 기준 2만3535건(아실 자료 참조)으로, 3개월 전(1만8817건)과 비교해 25.0% 급증했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인 작년 9∼10월에는 1만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새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된 것도 전세 공급에 단비로 작용했다. 2주 연속 전세가격이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강동구와 마포구에는 각각 고덕자이(1824가구)·고덕강일 8단지(946가구)·14단지(943가구)와 마포 프레스티지자이(1649가구)의 입주가 시작됐다.

다만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 사이에선 서울 전셋값이 여전히 높다는 한탄섞인 반응이 많다. 집주인의 실입주로 계약 갱신을 못한 세입자들은 주변 전셋값이 몇 억원씩 올라 계약할 엄두를 못낸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푸르지오3단지 전용 59㎡는 지난 1일 보증금 7억5000만원(12층)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1월 8억원(14층)에 비하면 소폭 조정된 가격이지만, 작년 상반기 시세가 6억원 안팎이었던 것에 비해 1억5000만원 넘게 오른 수준이다.

성동구 옥수동 극동옥정 전용 59㎡는 2년 전 보증금 3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현재 5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집주인이 한 달 전 6억원에 전세로 내놨다가 집이 빠지지 않자 4000만원을 내렸으나 여전히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금호 전용 59㎡는 연초(6억7000만∼6억8000만원)보다 5000만원 가량 내린 보증금 6억2000만원에 나와 있지만, 작년 상반기 4억∼5억원 수준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할 때 최고 2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성동구 금호동에 전세로 사는 최모씨는 "전셋값이 진정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니, 일부 단지에서 1000만∼2000만원 내렸다는 얘기더라. 작년부터 지금까지 전셋값이 억 단위로 오른 곳이 부지기수고, 우리 집도 4억원짜리 전세가 6억원, 7억원으로 올랐는데, 고작 몇천만원 내렸다고 진정이나 안정 운운하는 것이 공허하다. 전세가 제대로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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