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양극화와 불신 가중, 얀센 백신 접종 중단이 미치는 악영향
[경향신문]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이 혈전 부작용 문제로 접종중단되면서 세계 백신 공급과 접종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과 영국 등 한 사람이 여러번 맞을 수 있을만큼 많은 백신을 교차확보해놓은 나라들은 ‘B플랜’을 가동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처럼 선택지가 없는 나라들은 당장 접종중단 위기에 처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까지 부작용 문제가 계속되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과 불신도 커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일(현지시간)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를 긴급소집해 얀센의 안전성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 중 6명에게서 뇌혈전 반응이 나왔고 그중 한 명이 사망, 두 명이 중태에 빠지자 CDC는 13일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얀센 백신 접종을 일시중단하라고 권고했다. 미국에선 약 700만명이 얀센 백신을 맞았다. 유럽의약청(EMA)도 CDC와 별도로 얀센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다.
얀센은 한 번만 맞으면 되고, 저장과 이동이 용이해 ‘게임체인저(상황을 바꿀만한 획기적인 백신)’로 기대를 모았지만 혈전 부작용으로 오히려 백신접종계획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문제는 부유한 나라들은 대체할 백신이 있지만, 저소득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백악관에서 13일 “화이자·모더나 백신만으로도 모든 성인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1000만회분의 얀센 백신을 계약한 캐나다 역시 이미 확보한 다른 백신으로 접종을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영국도 얀센 백신을 3000만회분 공급받기로 계약했지만, 얀센이 없어도 7월말까지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얀센은 아프리카연합과 계약해 올해 4억회분의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콜드체인(극저온보관)’ 기술 없이도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절실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 모두 부작용 문제가 발생해 난감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얀센 백신접종을 시작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접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남아공은 2월 중순부터 의료노동자 30만명 이상이 얀센 백신을 맞았고 대통령도 얀센 백신을 맞았다. 얀센 백신은 남아공발 변이바이러스에도 가장 예방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선물량 다량 확보에 실패한 유럽은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문제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얀센까지 막히면서 접종일정이 더 늦어지게 됐다. 유럽은 6월말까지 5500만회분, 올해 2억회분의 얀센 백신을 받을 계획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얀센 백신 접종중단이 유럽의 접종계획에 또다른 장벽이 됐다”며 “유럽에서도 각국의 경제력차이에 따라 백신 수급과 접종일정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유럽연합(EU) 집행위의 결정에 따라 단체로 움직여야 하지만, 백신 접종속도가 느리자 국가별로 개별행동에 나서고 있다.
얀센 백신이 접종을 재개하더라도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려우며 결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의약청은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혈전과 연관성이 있지만, 접종하는 이익 더 크다”고 발표했지만 여러 나라에서 나이를 제한해 접종하고 있고 중단한 나라도 있다. 얀센 백신중단 사태 역시 또 언제 어떤 부작용이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신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미 FDA가 얀센 백신이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이 불과 2월 말이다. 특히 유럽에선 3차 대유행 속에서도 백신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달 실시한 조사를 보면 프랑스 응답자의 61%, 독일 응답자의 55%, 스페인 응답자의 52%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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