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속풀이] '말폭탄' 김종인,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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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에서 제1 야당의 압승을 이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동안 참아왔던 말문이 트인 걸까.
선거 승리 후 하루 뒤인 지난 8일,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승장' 김 전 위원장은 예고했던 사퇴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국민의힘을 향한 쓴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재보선에서 압승을 하고도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만류하지 않으면서 생긴 일종의 '감정싸움'이라는 시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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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4·7 재보궐선거에서 제1 야당의 압승을 이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동안 참아왔던 말문이 트인 걸까. 대표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국민의힘과 야권을 향해 쏟아내는 그의 언사가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선거 승리 후 하루 뒤인 지난 8일,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승장' 김 전 위원장은 예고했던 사퇴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국민의힘을 향한 쓴소리를 냈다.
당시엔 "(국민의힘은)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다.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 "가장 심각한 것은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보선 승리에 도취해 자만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덕담' 수준의 애정 어린 경고 수준이었다.
그러더니 차츰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도 높은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오랜 악연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다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국민의힘 내부를 향한 비판도 그 범위와 강도를 더해갔다.
지난 11일 한 인터뷰에선 국민의힘을 향해 "잘난 사람들이 많아 더 있을 수가 없었다"며 "(국민의힘 내부에) 당 대표하고 싶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내가 그걸 구경하고 있을 이유가 있나"며 차기 당권 주자들을 직격했다.
안 대표의 이른바 '야권 승리' 발언에 대해서도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느냐, 자기가 이번 승리를 가져왔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고, 안 대표의 보선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산과 경기도에 간 건 내년 대선을 위한 자기 홍보"라고 평가절하했다.
전날(13일) 공개된 인터뷰에서는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표현하며 비판의 수위가 최고치에 달했다. 명예퇴진이 아니라 '쫓겨난 당대표'가 쏟아낼 만한 '저주'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런 생각을 갖고 어떻게 열달 가까이 참으며 당을 이끌었을까 신기하기도 하다. 그는 "더 이상 (당에)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엔 절대로 안 갈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추대론'마저 선을 그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에서는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14일, 권영세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의 최근 '말폭탄'을 두고는 이런 저런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재보선에서 압승을 하고도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만류하지 않으면서 생긴 일종의 '감정싸움'이라는 시각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의 당 운영 방식을 놓고 중진 의원들이 "권위주의적이다"라는 불만이 팽배했었던 만큼 보선 막바지까지 마찰이 이어지면서 감정이 상할대로 상했다는 얘기다.
대체적으로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김 전 위원장이 나름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제3지대(안철수)가 아닌 제1야당 중심(오세훈)의 선거 승리 결과로 인해 향후 야권 재편이나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폐부를 찔러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식이다. 이런 '아사리판' 정당을 이끌고, 자신은 선거 승리를 만들어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한편, 안 대표와의 오랜 불편한 관계를 보면, 김 전 위원장은 한번 아니다 싶은 사람과는 결코 일을 함께 하지 않는 원칙(혹은 고집)이 있는 듯하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의 원색적인 비판을 접하다 보면 '국민의힘'이라는 큰 집단도 안 대표와 비슷하게 김 전 위원장의 눈밖에 난 것인가 싶다.
현재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곧 정치판에 뛰어들 전망이다. 김 전 위원장이 '킹메이커'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윤 전 총장을 겪고 나서 김 전 위원장이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궁금하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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