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核시설 피격후 "우라늄 농축 농도 60%까지 올릴 것"
"석달만에 농도 20%→60% 3배..핵무기 개발 근접"
핵시설 보복 천명후 이스라엘 선박 피격..중동긴장↑
백악관, 우려 표명하며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이란 核시설 피격후 “우라늄 농축 농도 60%까지 올릴 것”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외무부 차관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농도 60%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핵합의 복원을 위한 참가국 회담에 참석하고 있으며, 아락치 차관은 이란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 IAEA도 이란 측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NYT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 체제로 전환하게 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나탄즈 핵시설이 공격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했다. 아락치 차관이 이날 피습당한 나탄즈 핵시설에 성능이 50% 향상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1000대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이란은 지난 11일 나탄즈 핵시설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해 원심분리기가 파손됐다며 ‘핵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며 강력 보복을 예고했다. 파손된 원심분리기는 이란핵협정에서 사용을 금지한 개량형 원심분리기로 알려졌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으로 핵협정 복원 참가국 협상에서 이란의 주도권을 약화시키려고 했다면 이는 매우 좋지 않은 도박을 한 것”이라면서 “나탄즈 핵시설 피습은 이란의 협상력을 더욱 강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석달만에 농도 20%→60% 3배…핵무기 개발 근접”
이란이 선언한 우라늄 농축 농도 60%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란은 지난 2015년 핵협정 타결 전까지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했지만 협정 이후엔 농축 농도를 3.67%까지 낮췄다. 그러나 2018년 미국의 일방적 핵협정 탈퇴 이후 4.5%까지 올렸고, 지난해 말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올해 1월 20%까지 높였다.
이후 약 석달 동안 이란은 20% 농축 우라늄을 55kg 생산했다고 이달초 발표했다. 통상 핵무기 1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90% 고농축 우라늄 25㎏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20% 농축 우라늄 200∼250㎏을 생산해야 한다.
NYT는 “농도 60%는 이란이 현재 생산하고 있는 우라늄 농도의 3배이며 폭탄 제조에 필요한 수준에 훨씬 더 가까운 수준”이라며 “미 관료들은 이란이 근시일 내에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핵협정을 위반한 60% 농축 우라늄은 이란 과학자와 엔지니어에게도 미지의 영역”이라며 “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초기 생산량은 극소량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제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위반을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미 관련 기술 지식을 확보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이란의 농도 60% 우라늄 생산 선언에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란과의 핵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러한 도발적인 발표에 대해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외교적 길만이 여기서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며 간접적으로라도 논의를 하는 것이 해결책에 이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은 지난 6일부터 핵협정 참가국인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합의 복원을 위한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도 참여하고는 있지만 이란과는 직접 접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란이 나탄즈 핵시설 공격 배후에 대한 복수를 천명한지 하루 만에 걸프 해역에서 이스라엘 회사 소유의 화물선이 공격을 받아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피격을 받은 선박이 이란의 소행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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