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뿐 아니라 MLB도..야구는 '심판 놀음'인가

안형준 2021. 4. 1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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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피해자였던 선발투수들
MLB.com 게임데이 캡쳐

[뉴스엔 안형준 기자]

야구는 '심판놀음' 일까. 메이저리그에서 수준 낮은 심판 판정으로 인한 불쾌한 경기가 나왔다. 그것도 코리안 몬스터의 선발등판 경기에서 말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은 4월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 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이날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6.2이닝 비자책 1실점 완벽투로 '천적' 양키스 타선을 잠재웠다. 류현진을 앞세운 토론토는 7-3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1회부터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병살타, 애런 저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컨디션이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양키스 타선을 압도하며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토론토 타선도 양키스 선발 제임슨 타이온을 초반부터 몰아붙여 에이스를 든든하게 지원했다.

류현진은 지난 등판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이 '인생투'를 펼친 텍사스 선발 카일 깁슨에게 묶이며 아쉬운 패전을 떠안았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지난 등판의 불운을 완벽히 씻어낸 최고의 결과를 맞이했다.

결과는 최고였지만 경기 내용은 얼룩졌다. 물론 류현진을 비롯한 양팀 선수들은 잘못이 없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쟁했고 승패를 나눠가졌다. 경기를 '오염'시킨 것은 에릭 바커스 구심이었다.

바커스 구심은 이날 경기 내내 황당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으로 양팀 선수들을 괴롭혔다. 경기 초반에는 류현진에게 후한 볼판정을, 타이온에게는 박한 볼판정을 내렸다. 1-2회 류현진이 애런 저지, 개리 산체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과정에서 바깥쪽으로 두 개 이상 빠진 공에 스트라이크 선언을 하는가 하면, 2회 타이온이 대니 잰슨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진 공은 볼로 선언하기도 했다.

2-3이닝 정도 그런 판정이 반복되자 선수들도 혼란해졌고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신을 보이기 시작했다. 양키스 우타자들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지 않는 바깥쪽 공에도 일단 배트를 휘두르게 됐다. 이미 심판이 S존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것을 수 차례 목격한 만큼 스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4회초 이닝 선두타자였던 DJ 르메이휴는 낮은 코스를 절묘하게 찌른 류현진의 완벽한 패스트볼에 스탠딩 삼진을 당한 후 심판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류현진이 보더라인을 완벽히 찌르는 최고의 제구력을 보유한 투수라는 것은 메이저리그의 모두가 아는 사실. 평소였다면 류현진의 공이 완벽했음을 인정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갈 상황이었지만 이미 바커스 구심의 S존을 믿지 못하게 된 양키스 타자들은 완벽한 스트라이크도 사실은 볼이 아닌가 의심하게 됐다.

심지어 S존은 일관적이지도 않았다. 3회말에는 타이온이 던진 바깥쪽으로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는가 하면 4회초에는 류현진이 저지에게 완벽한 스트라이크를 던졌음에도 볼로 판정하기도 했다.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은 1구 1구의 판정이 달랐다. 6회에는 클린트 프레이저에게 풀카운트에서 몸쪽 깊숙히 던진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뒤 르메이휴에게 던진 몸쪽 걸치는 스트라이크는 볼로 판정하기도 했다. 황당한 판정은 양팀 선발투수가 모두 마운드를 내려간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최근 KBO리그에서 나온 '역대급 퇴근 존' 사건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S존 판정이 내내 이어진 경기였다. 승리한 팀은 승리한 팀대로, 패한 팀은 패한 팀대로 개운할 수 없는 경기였다. 선수 기량 이외의 부분이 자꾸 개입할수록 선수들의 성과는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제구력을 가진 류현진은 심판의 황당한 스트라이크 존 없이도 실력으로 양키스 타자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투수다. 지난 2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 TOP 3에 오르며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증명해냈다.

팬 입장에서도 불쾌한 것은 마찬가지다. KBO리그 '퇴근 존' 사건에 분노한 팬들은 지난 10일 LG 트윈스-SSG 랜더스의 경기 심판진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야구의 발전 만큼이나 이제는 팬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팬들은 더 이상 '내가 응원하는 쪽에 무조건 유리한 판정'에 환호하지 않는다. 팬들은 스포츠가 선수들의 순수한 기량으로 승패가 결정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득실을 떠나 부정확하고 불공정한 요소가 개입하는 것에 불쾌해하고 분노한다. 바커스 구심의 판정은 천적 양키스를 완벽한 실력으로 요리하는 코리안 몬스터의 활약을 기대한 팬들을 기만했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떨어지는 야구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스피드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시간 단축보다 더 우선이고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 팬들이 신뢰할 수 있는 판정이다. 야구는 '심판이 지배하는 스포츠'가 아닌 '선수들이 정당하게 겨루는 모습을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여야 한다. 수준 낮은 판정이 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당장의 승패 이득을 떠나 선수들과 팬들은 물론 나아가 야구라는 스포츠 전체가 피해자가 되는 일이다.(사진=왼쪽부터 류현진, 제임슨 타이온)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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