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 농도 60%로 상향..이스라엘에 복수했나?

김윤나영 기자 2021. 4. 14. 1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란, 나탄즈 핵시설 건재 대외에 과시
러시아 외무장관 만나 군사 협력 촉구하기도
이스라엘 국적 선박, UAE 근처에서 미사일 공격받아

[경향신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을 만나고 있다. 테헤란|이란외무부 제공·신화통신연합뉴스


이란이 폭탄 공격을 받은 나탄즈 핵시설에서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공격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이란이 맞대응 차원으로 우라늄 농축률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미국과 시작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서 교섭력을 높이려는 조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13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14일부터 나탄즈 핵시설의 우라늄 농축률을 60%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이를 위해 나탄즈 핵시설에 기존보다 성능이 50% 향상된 원심분리기 1000대를 추가 설치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JCPOA를 파기하자 JCPOA가 규정한 3.67%보다 우라늄 농축률을 높여왔다. 아라그치 차관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일부터 빈에서 유럽의 중재로 미국과 JCPOA 복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란 핵 개발의 핵심시설로 꼽히는 나탄즈 핵시설은 JCPOA 협상 가동 직후인 지난 11일 폭탄 공격을 받았다. 이란 정부는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이 단행하고 미국이 묵인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인들은 제재나 파괴(사보타주) 행위가 협상 도구가 될 수 없으며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러한 도발적인 발표에 대해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외교적 길만이 여기서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며 간접적으로라도 논의하는 것이 해결책에 이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란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신경을 긁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수도 테헤란에서 만나 미국 개입에 맞서기 위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에서 러시아와 협력 확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 국가 모두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내전에 개입하면서 대리전이 치러지는 곳들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러시아와 군사협력, 석유·에너지 분야 경제협력을 강화하자고 촉구했다.

미국은 JCPOA에 중동 역내의 테러단체 지원을 중단하거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조항을 추가하고 싶어 한다. 이란과 군사적으로 대립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아랍국가들이 이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러시아와 군사협력 강화를 도모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조치다. 러시아와 이란은 공동 성명에서 유럽연합(EU)의 대이란 제재를 비판했다.

핵시설 공격받은 이란은 해상에서 이스라엘에 보복을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국적 선박 ‘하이페리온 레이’호가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근처 해안에서 의문의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이란이 미사일이나 드론으로 공격했으리라고 추정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이스라엘 선박이 공격받은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이스라엘도 지난달 6일 이란혁명수비대의 함선 ‘사비즈’호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국적의 선박을 공격하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이란혁명수비대의 관할에 있는 선박을 공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란 프레스TV와 파르스통신은 이날 이라크 북부의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특수작전센터가 미확인 그룹의 공격을 받았고 사상자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라크 북부에 그러한 공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