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신 거짓말'이 경제 변방 자초한다

기자 2021. 4.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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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9월까지 70% 접종 가능성 제로

내년 3월 대선 때도 간신히 20%

6월 영국 G7 회의서 뭘 느낄까

접종 늦어 ‘경제 디바이드’ 심각

충격 분명한데 되레 자화자찬

국민 우롱하는 대가 혹독할 것

코로나 상황이 또 위기다. 4차 대유행 경고까지 나왔다. 일상을 속속 정상화하는 이스라엘, 영국, 미국 등과 너무 대조된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이 느리다. 접종률이 겨우 2%를 넘었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1차 접종률 70%·11월 집단면역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접종 속도로는 가능성이 ‘제로’인 거짓말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확인된다. 접종은 지난 2월 26일 시작해 4월 6일 107만여 명(2차 접종자 포함)으로 100만 명이 넘었다. 넉넉히 잡아도 하루 평균 3만 명이다. 전체 국민이 5200만 명이니 70%면 3640만 명이다. 3월까지 접종자가 대략 80만 명이다. 접종률 70%가 되려면 3560만 명이 더 맞아야 하니 대략 40개월이 걸린다. 4월부터 계산해도 2024년 7월에나 가능하다. 접종률 20%는 내년 2월, 접종률 30%는 빨라야 내년 8월이다. 내년 3월 대선 때도 20%를 간신히 넘는다. 최근 한국 집단면역에 6년 4개월이 걸릴 것이란 블룸버그의 예측이 무리가 아니다. 이런 지경인데 오는 11월 집단면역 운운하는 것은 국민 우롱이다.

백신이 충분하다면 안될 게 없다. 전국 의료기관이 3만3000곳이다. 한 곳당 하루 20명을 접종해도 3560만 명 1회 접종은 두 달, 2회 접종도 넉 달이면 된다. 매년 독감 백신 접종자가 10∼11월 두 달에 평균 1400만∼1500만 명이니 어렵지 않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가 하루 3만 명인 것은 백신 부족 외엔 이유가 없다. 정부는 인구의 1.5배인 7900만 명분을 계약했지만, 인도의 수출금지, 세계적인 백신 쟁탈, 접종 후 혈전 문제 등을 감안하면 연내 얼마큼 손에 쥘지 기약을 못 한다. 충분치 않다. 추가 구매는 이젠 돈을 싸 들고 가도 어림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현실 왜곡 논란까지 빚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월 주요 7개국(G7) 회의가 열리는 영국을 방문한다. 영국은 곧 집단면역이 이뤄진다니 그땐 일상이 거의 정상일 것이다. 그런 영국을 보며 뭘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백신 접종 지연은 경제 회복에 치명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접종 효과 등을 반영해 세계 경제와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특히 미국은 1984년 이래 최고인 6.4% 성장으로, 낙수효과를 불러 세계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접종이 빠른 나라만 누릴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접종 속도가 느린 아시아국가들은 성장이 제한되는 등 회복이 느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접종이 빠른 나라와 늦은 나라 간에 격차가 생길 것이란 지적이다. IMF가 전망한 한국 성장률은 3.6%로 세계평균(6.0%)을 밑돈다. 정부는 지난해 선전한 데 따른 통계적 기저효과라고 둘러대지만, 실은 느린 접종이 문제다.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 세계의 변방으로 밀려날 딱한 신세가 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백신이 ‘게임 체인저’라며 코로나 이후 경제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그 백신에 의한 ‘경제 디바이드’가 성큼 다가왔다. 백신 여권이 곧 등장하지만, 장차 접종이 잘 된 나라끼리만 인적·물적 교류를 하는 백신 장벽이 생길 수도 있다. 문 정부는 세계 최고 방역에 안주하며 때론 정치적 이용까지 즐기다가 3조8000억 원이면 되는 백신 구매 적기를 놓치곤 총 52조 원의 재난지원금을 뿌렸다. 지금도 백신 부족을 숨긴 채 거리두기·영업제한만 죄었다 풀었다 하며 국민에게 방역 책임을 떠넘기고, 일상을 고단하게 만들며 고통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되레 경제 회복이 빠르고 강하다며 자화자찬한다. 거짓말, 위선이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숨기지 못한다. 한국은 백신이 부족해 올해 집단면역이 글렀다는 진실은 곧 드러날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 선진국들이 이달부터 속속 코로나에서 빠져나오면 극명하게 대비되는 민낯이 더욱 참담할 것이다. 하반기엔 백신의 역습이 닥치며 ‘경제 디바이드’에 따른 충격을 체감할 것이다. 궁지에 몰려 중국이나 러시아 백신이라도 들여다 쓰려고 할지 모른다. 거짓말이 충격을 더 키우고 있다. 모두 문 정권의 인과응보다. 혹독한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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