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진달래와 북한중독증

기자 2021. 4.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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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4·19혁명의 상징 꽃처럼 인식된다.

북한에서 진달래는 조국의 꽃으로 추앙된다.

1970년대 초연된 북한 무용극 '조국의 진달래'에는 항일 유격대 시절 김일성이 진달래를 보고 감격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출간된 원로 작가 유익서의 장편소설 '진달래꽃'은 지주 출신 남로당원 김병산 부부가 겪은 해방 후 투쟁과 북한 체제를 부인 최은희 시각에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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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진달래는 4·19혁명의 상징 꽃처럼 인식된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그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 사태가’로 시작되는 시조시인 이영도(1916∼1976)의 동명 시 덕분이다. ‘진달래-다시 4·19날에’는 시조집 ‘석류’(1968)에 수록됐는데 작곡가 한태근이 곡을 붙이면서 대학가 저항가요로도 사랑받았다. 여기서 진달래는 독재에 저항하는 학생·시민을 상징한다. 북한에서 진달래는 조국의 꽃으로 추앙된다. 일제강점기 김일성 빨치산 부대가 만주에서 함경도로 진격할 때 산야에 핀 진달래를 보면서 “진달래 내 조국아”라고 외쳤다는 일화가 퍼지면서 진달래는 김일성 상징화가 됐다.

1970년대 초연된 북한 무용극 ‘조국의 진달래’에는 항일 유격대 시절 김일성이 진달래를 보고 감격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해방 후 좌익 운동가들에게 진달래는 ‘붉은 조국’ 북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최근 출간된 원로 작가 유익서의 장편소설 ‘진달래꽃’은 지주 출신 남로당원 김병산 부부가 겪은 해방 후 투쟁과 북한 체제를 부인 최은희 시각에서 그리고 있다. 남편이 남로당 투쟁 중 체포돼 6·25 직후 광주교도소에서 처형되자 최은희는 월북하는데, 그곳은 공산주의 이상과 거리가 먼 김일성 일파의 지배 세상이었다. 혁명에 회의를 느끼게 된 그는 남편을 생각하며 이렇게 독백한다. “혁명운동에 헌신하다 죽은 당신은 진달래꽃 같은 백성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라고 믿고 있겠지만, 당신은 숭배를 강요하는 독재자를 위해 희생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저세상으로 간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

4·19와 5·16 이후 간첩으로 남파된 최은희는 혼란스럽지만 자유로운 한국을 보며 실존적 갈등에 빠진 채 이렇게 말한다. “북으로 가려니 저주스러운 기억이 벌떼처럼 덤벼들고, 그렇다고 땅을 파고 묻힐 수도, 제3국으로 도피할 수도 없어 울었다.” 그리고 그는 ‘태백산맥’의 염상진, ‘광장’의 이명준과 달리 자수의 길을 택한다. 북한은 더 이상 남편이 사랑했던 진달래의 조국이 아니었기에 그는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최은희는 60년 전 이미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본질을 간파했는데, 한국엔 여전히 북한을 이념의 조국으로 여기는 ‘북한 중독’ 몽상가가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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