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항상 웃는 '특수반 천사쌤'.. "아이들 변화시키는 건 이해심"
울산 약사중 강정아 교사
등교 못하는 학생들의 집 방문
학습자료 배포·원격수업 조언
아이들 녹록지 않은 일상 목격
“장애아 학습 더딜 수밖에 없죠
변화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해
베풀 줄도 아는 제자들 됐으면”
여기 특별한 학생과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학생들의 변화를 위해서는 특수교사뿐 아니라, 학교구성원, 가족, 이웃,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해요.”
울산 중구 약사중학교에서 특수반 담임을 맡고 있는 강정아 교사의 말이다. 강 교사는 올해로 벌써 10년 차. 교직 생활 내내 특수반 담임을 맡아왔다.
매해 특별한 아이들과 보내왔지만, 올해는 강 교사가 유독 더 특별한 경험을 한 해였다. 역설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집으로 찾아가 학습 자료를 나눠주고 원격수업에 대해 알려주고, 다양한 긴급 지원 물품을 제공하는 경험을 했다. 필요한 경우 직접 수업을 하기도 했다.
진짜 특별한 경험은, 아이들의 일상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그간 아이들이 어떤 가정환경에서 지내는지 등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남동생과 좁은 방에서 같이 잠들고 지내는 여학생, 작은 방에 4남매가 모여서 치킨 한 마리에 환호성을 쏟아내던 남학생, 엄마의 일터에 따라 나와 함께 대패질하며 부모님의 일을 돕는 남학생, 새벽에 출근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빠와 본인의 아침 식사를 스스로 차리는 여학생 등등… 아이들의 현실이 녹록지 않더라고요.”
강 교사는 “이 경험이 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성장하게 했어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됐죠”라고 말했다. 이제 강 교사에게 학생들의 집에 찾아가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생의 가족들과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됐고,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겪는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도 돕는 방법과 여력이 생겼다.
강 교사에게는 평소 되새기는 신념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변화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일까? 강 교사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아무래도 학습이라든지, 성격이라든지 변화의 폭이 작고 더딜 수밖에 없다”며 “더하기 빼기 하나를 가르칠 때 1년이 걸릴 때도 있지만, 느리더라도 변화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습뿐 아니라 성격도 마찬가지라는 게 강 교사의 생각이다. 강 교사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을 1~2년 지도했을 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아, 변화하기 마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 교사는 이어 “사실 학교 안에서 교사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버겁고 속도가 느릴 때가 많다”며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학생의 변화를 위해서는 학교구성원, 가족, 이웃,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강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약사중은 ‘함께하는 학교’라고 볼 수 있다. 약사중엔 특히 교육복지 담당 교사가 있어, 담당 교사가 지역사회 연계 장학재단이나 사업체에서 학생들의 ‘학교 밖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장학금을 받아온다. 또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하는 일, 다양한 복지사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일 등을 도와준다고 했다. 강 교사는 “마음이 있더라도 학생들의 가정생활이나 학교 밖 생활을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 수업용 예산을 학생의 학교 밖 생활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긴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런 면에서 아이들을 학교 안팎에서 함께 지원할 수 있다는 건 우리 학교만의 정말 특별한 점”이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려심, 나눔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배려받고 지원받아 왔지만, 베풀 줄도 알면 좋겠다는 것이다. 처음엔 제 몫이 적어진다고 생각하고 나눔을 거부하던 아이들도, 받는 사람이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먼저 주겠다고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강 교사는 화내지 않는, 다정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길 원한다고 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건 질책이나 화가 아니라 이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나를 사랑해준 선생님으로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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