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받고 '+α'얹고..'더 독해진' 가격전쟁

2021. 4. 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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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배송 무료혜택 불씨댕겨
이마트·마켓컬리·롯데마트 참전
편의점도 가세해 싼값경쟁 재점화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가에서 최저가 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마트 성수점 내 최저가격 보상제 안내물이 게시돼 있다. [이마트 제공]

14년 만에 돌아온 ‘최저가전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달 초 쿠팡이 로켓배송 무료배송 혜택 캠페인에 나서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고, 이마트는 최저가보상제로 반격했다. 새벽배송 전문업체 마켓컬리가 곧 동참을 선언하고, 롯데마트도 참전했다.

편의점도 대형 마트보다 싸게, 채소를 최저가에 내놓고 소비자들을 잡아끈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경쟁이 격화되자 e-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는 역대급 4월 할인 이벤트로 대응하고 있다. 과거 ‘10원 전쟁’이 대형 마트 간 일부의 경쟁이었다면, 최근의 경쟁은 다양한 업태를 아우르면서 더 독해졌다.

▶최저가는 기본, ‘+알파’ 혜택까지=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최저가를 선언한 가공·생활 500개 생필품에 대해 15일부터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며, 포인트 5배 적립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롯데마트 GO’ 앱 스캔 결제 시 해당 물품에 대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엘포인트(L.POINT)를 기존보다 5배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정재우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고객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더는 것은 물론, 더 큰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다양한 유통 채널 사이에서 가격에 대한 고민 없이 쇼핑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저가 정책이 갑자기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이마트가 14년 만에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들고나오면서부터다. 이달 초 쿠팡이 유료 멤버십 가입 없이도 로켓배송 상품에 대해 무료배송해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배송비가 붙으면 최저가 검색이 무의미하고 사실상 배송비가 없는 자사가 제일 싸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기존점 리뉴얼, 그로서리 상품 차별화 등 체험적 요소 강화를 통해 오프라인 대형 마트만의 경쟁력을 강화해왔으나 이번에 가격경쟁력까지 강화한다는 포부다. 대한민국 대표 생필품 판매처로서 가격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것.

대형 마트 선두주자의 움직임에 업계는 당장 들썩였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가공·생활용품 중심인 데 반해 마켓컬리는 60여종 장보기 필수상품으로 신선식품까지 온라인 최저가를 선보인다. GS리테일의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몰은 채소 초저가 전용관의 상품가격을 주요 온라인몰의 유사 상품가격을 모니터링해 매일 2회 가격 정책을 조율한다.

e-커머스업계는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4월을 고려해 다양한 상품 카테코리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대형 마트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7년부터 품질이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해주는 ‘신선AS’로 대응할 뿐 별도의 최저가 정책은 펼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늘어난 적수, ‘10원 전쟁’과 다르다=2010년 대형 마트 3사가 ‘10원 전쟁’을 벌이던 시기와 비교하면, 이번 최저가 전쟁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소비자들은 더욱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깐깐해졌다. 배송경쟁력을 갖춘 온라인과 경쟁하기 위해 가공식품은 최저가가 필요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상품 품질에 대한 신뢰와 체험을 통한 만족을 동시에 줘야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과 같으면 대형 할인점들끼리 같은 업태 내에서만 최저가 경쟁을 할 텐데 이제 편의점까지 채소를 판매하면서 경쟁을 벌인다”며 “온라인쇼핑 비중이 늘어도, 상품이 표준화되지 않은 채소·과일 등은 오프라인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에 가까운 대형 마트나 편의점들의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의 보상 정책은 일단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유도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매장이 고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가령 이마트가 최저가보다 비쌀 경우 제공하는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다. 롯데마트 역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용앱을 사용해야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가격경쟁 시스템도 업체가 다 알아서 해주는, 과거보다 진일보한 방식이다. 이마트는 앱 내 영수증 탭을 통해 ‘가격보상 신청’만 누르면 간단하게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롯데마트는 가격 비교에 대한 고객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일자별·실시간이 아닌, 대형 마트의 행사 단위인 주 단위로 가격 대응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의 강도가 세지고 있는데 최저가 전쟁이 과열되면 결국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목을 끌기에는 좋지만 대형 마트 중심이던 10여년 전 유통구조와도 달라 효과 면에서도 과거와 차이가 있어 성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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