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조부모님께서 이북민" 그에게 DMZ는 특별한 공간이다

2021. 4. 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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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으로 채워진 거울, 천장에 달린 TV, 여러 개의 손잡이가 달린 욕실.... 강원도 고성군의 버려진 호텔에서 선우정아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선우정아에게도 DMZ는 특별한 공간이다.

선우정아는 DMZ의 '오묘초룸'에서 진행된 즉흥연주에 대해 "그 날의 퍼포먼스에 뿌리가 된 것들은 그 공간과 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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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문화예술 프로젝트 리메이커 고성 아트호텔' - 오묘초 룸]

철조망으로 채워진 거울, 천장에 달린 TV, 여러 개의 손잡이가 달린 욕실.... 강원도 고성군의 버려진 호텔에서 선우정아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분단과 군사적 대결의 상징인 DMZ(비무장지대)에 자리잡은 호텔의 방은 다소 기묘하고 불편하다. ‘DMZ문화예술 프로젝트 리메이커(Re:maker) 고성 아트호텔’ 프로젝트에 참여한 오묘초 작가가 꾸민 이 방( ‘오묘초 룸:위어드 텐션(Weird tension)’)에서 선우정아는 즉흥연주를 선보이며 또 하나의 공연(4월 31일 공개·강원문화재단 유튜브)을 완성했다. 선우정아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불편함’이라는 솔직한 키워드로 작품과 DMZ를 연결시킨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선우정아에게도 DMZ는 특별한 공간이다.

“조부모님께서 이북민이세요.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평소에도 인지하며 살고 있어요. 뉴스를 조금만 봐도 단지 과거의 기록이 된 일,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선우정아를 섭외한 김포그니 씨는 “선우정아는 자기 미화라는 장치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기보다는, 공격받을 수 있는 불편한 내밀한 감정마저 여과 없이 꺼내 드는 음악가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 공간에서 선우정아는 뜻 모를 가사들을 독특한 선율로 풀어냈다. 김포그니씨는 “아직 종전 상황이 아니지만 우리는 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이중성을 내포한 DMZ의 지역적 경계성을 대중에게 예술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며 “DMZ처럼 유의미한 장소성을 가진 공간에는 어떤 키워드가 있다. 때로는 장소성과 아티스트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우연성을 가지고 벌어지는 장면들이 하나의 울림을 주는 또 다른 작품이 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우정아는 DMZ의 ‘오묘초룸’에서 진행된 즉흥연주에 대해 “그 날의 퍼포먼스에 뿌리가 된 것들은 그 공간과 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불편함’이라는 키워드를 음악과 퍼포먼스에 담기 위해 선우정아는 모든 연주도 혼자 해냈다. 각각의 공간마다 악기와 장비 사용을 달리 했고,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부르며 방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침실 안에선 보컬 이펙터, 거실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썼다. “발코니 창에 가득 담긴 풍경과, 거실벽 거울에 담긴 철조망이 보컬 이펙터를 통해 확장되고 변형돼 왱왱 맴도는 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화장실에선 그 공간만의 울림으로 음악을 완성했다. “세상에서 차단돼 가장 내면의 나와 가까워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선우정아에게 ‘오묘초룸’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침실’이었다. “숙박을 생각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곳이 침대와 그 주변인데, 침대 자체는 편안하지만 그 주변의 모든 것들이 묘한 불편함을 느끼게 했어요. 그렇다고 침대에 누워 쉬는 것이 어렵지도 않고, 하지만 오래 있기에도 어딘지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마침 제가 가진 기타 연주의 한계와도 잘 맞아 떨어져서 좋았어요.”

그는 이번 연주에 대해 “이 특별한 호텔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 DMZ에 대한 평소의 인지 상태가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DMZ에 대한 안타까움과 긴장감을 주된 느낌으로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30대 뮤지션이 불편하면서도 흥미로운 듯한 공간을 처음 겪으며 뱉어낸 멜로디와 호흡이 최대한 담백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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