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백신 정책에 혼란 가중..30~40대 "AZ·얀센 백신 불안해요"

장윤서 기자 2021. 4. 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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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AZ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얀센 코로나19 백신 말고,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맞고 싶어요."

희귀 혈전증 부작용 논란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30대 미만을 제외한 채 재개하자, 30~40대 연령층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나이대별 득실계산 이후 이런 결정을 내리자, 다른 연령대에서 혈전 발생 관련 불안이 커진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은 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 얀센 코로나19 백신에서도 ‘혈전’ 부작용이 나타나 백신 기피현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지난 12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분기 접종을 재개,
60세 미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하되, 30세 미만의 경우 다른 백신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희귀 혈전증(피가 응고된 덩어리) 발생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접종 계획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지난 7일 만 60세 미만에서 이 백신 접종을 보류했다. 이후 12일 만 30세 미만에서는 이 백신 접종을 배제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판단에 국민 혼란도 가중된다.

정부가 30살 미만 연령대만 접종을 제한한 것은 20대는 접종을 했을 때 위험이 이득보다 큰 편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자문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코로나19 사망자를 ‘이득’으로, 백신 접종 이후 발생 가능한 희귀 혈전증으로 인한 예상 사망자를 ‘위험’으로 정의할 때 30~80대 이상 연령대에서 이득이 위험요소보다 큰 것으로 분석됐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장(서울대의대 교수)은 "30세 미만은 백신을 통해 얻는 이득이 위험보다 크지 않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럽의약품청(EMA)도 지난 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희귀 혈전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30대는 백신 접종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6.9명, 희귀 혈전으로 사망할 수 있는 사람이 4.0명이었다. 위험 대비 이득이 1.7배다. 이 수치는 연령이 늘어날수록 높아져 70대 215.5배, 80대 이상 690.3배 등으로 조사됐다. 나이가 많을수록 백신 접종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20대의 경우엔 달랐다. 20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험대비 접종 이득은 0.7배로 위험이 더 올라갔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30세 미만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된 12일 오전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특수교육 및 시설 종사자들이 AZ 백신을 접종 받고 이상 징후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 발표에도 30살 이상 연령층에선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백신 접종 필요성을 권유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지혜(가명·33)씨는 "정부에서 30세 미만과 이상을 가르는 근거가 미약해보여 백신 접종을 기피하게 된다"면서 "화이자나, (아직 들어오지 않은) 모더나 다른 백신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호(가명·31)씨는 "만 29세인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시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면서 "정부가 아직 젊은 연령층에서 크게 문제가 없는 화이자나 모더나 국내 도입 물량을 확대하지 않고, 30세 미만은 제외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연령대를 가르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이 중단되는 등 제한적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국민 불안감을 키운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는 55세 이상, 독일은 60세 이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 반면 영국의 경우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30세 이상이 이 백신 접종 가능 연령대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60대 여성, 20대 남성, 20대 여성 등 3명이 접종 후 혈전증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 코로나19 백신까지 혈전증 논란에 휩싸였다.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혈전 발생으로 인해 접종 중단이 권고된 것이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공동 성명을 통해"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한’ 혈전증이 나타난 사례 6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 슈차트 CDC 수석부국장과 피터 마크 FDA 평가연구센터 소장은 "(얀센 백신) 부작용 조사를 완료할 때까지 백신 사용을 전면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얀센과 600만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얀센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 이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이 국내에서도 인정되면, 접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희귀 혈전증 발생률이나 위험 연령층에 대한 면밀한 조사·분석이 없었다고 꼬집는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는 약 91만여명으로 이 중 30세 미만 접종자는 약 13만5000여명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부작용 관련 전수 조사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1차 접종으로 희귀 혈전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2차 접종은 권고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혈전증 부작용이 (백신 접종 이후) 한 달 후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1차 접종 대상자들을 전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가 확대된다면, 연령을 막론하고 부작용 발생자들이 늘 수 있어 접종 대상자를 제한하는 등 60세를 기준으로 접종 연령 제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40여 일이 흘렀지만 현재 접종 가능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제품 총 337만3000회 분량이다. 이마저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잇단 안전성 논란 끝에 30세 미만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얀센 백신 역시 혈전증 부작용 논란이 있다. 일단 6월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이 추가로 더 들어올 예정이다. 2분기에는 노바백스, 모더나 등 백신 도입이 이뤄진다. 이 중 화이자에 이어 가장 기대를 모으는 모더나 백신의 경우 지난 12일 식약처에 수입 품목허가를 신청, 조만간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의 3중 자문 절차를 거쳐 허가 여부가 결정 난다. 하지만 아직 모더나 백신의 초도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쯤 국내에 처음 도착할지 등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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