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떠난 '권력의 진공 상태', 시험대 오른 '권한대행' 주호영
4·7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한껏 고무된 야권이 차기 대선 정권교체를 겨냥한 당 재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재로 인한 리더십 공백에다 당권 경쟁이 조기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당 내부는 벌써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에 따라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의 지도력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당권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는 주 권한대행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과제1. 국민의당과 합당
주 권한대행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이다. 양당은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 권한대행은 13일 “다음 주까지 어느 정도 방향을 결정해달라”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요청한 상태다. 안 대표의 답에 따라 오는 15일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 날짜도 결정하기로 했다. 4·7 재보선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한다’는 선언적 합의 뒤 구체적인 로드맵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에 대한 당내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주 권한대행은 오는 14일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연 뒤, 16일 의원총회에서 합당에 대한 당내 의견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도 ‘선 전당대회 후 통합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전날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합당 문제는 차기 지도부가 풀어야 한다. 급하게 할 일이 아니다”라는 비대위원들의 발언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무리하게 지분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급하게 합당을 할 필요는 없다. 대선 때는 자연스럽게 연대나 합당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과제2. 차기 지도부 선출
차기 지도부 선출 절차도 주 권한대행 손에 달렸다. 현직 원내대표인 그의 당권 도전 여부에 따라 전당대회 구도와 일정 등이 모두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원내대표 조기 사퇴론’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전날 재선 의원들이 “원내대표가 지도부 선출에 출마하시게 된다면 당의 안정과 원내정책의 안정성을 위해 조기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주 권한대행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가 정리되고 나면 개인적인 일은 고민해보겠다. 일의 선후가 있는데, 그걸 섞으면 일이 이상해진다”고 답했다. 선거 직후 “당헌을 해석하는 사무처 기구에 문의했더니 5월29일까지 원내대표 임기라고 보고받았다”며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과는 달리, 조만간 결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주 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과의 단일화 여부다. 두 사람은 재보선 당일인 지난 7일 당대표 출마 문제를 상의했고 이번주 안에 다시 만날 계획이다. 두 사람은 같은 5선으로 당권후보로 거론되는 의원 중 최다선이며, 주 권한대행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삼고초려해 당의 쇄신과 재보선 승리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을, 정 의원은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단일화 시너지를 만드는 발판을 놓았다는 점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한겨레>에 “주 권한대행과 내가 권력 다툼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건 지금 상황에 적절치 않다. 재보선 당일에 잠시 만났고 이후 더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영남당’ 논란도 주 권한대행의 당대표 출마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보선에서 표출된 20·30대 민심을 받들기 위해서는 중도와 전국 정당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득표 전략 차원에서 당대표와 대선주자 역할을 지역별로 분담하자는 주장의 연장선에서 ‘영남 출신 당대표’가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성일종 비대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민주당 당권은 항상 호남에 있었는데 피케이(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 후보를 세워서 권력을 창출했다”며 “지금 여러 가지 구도를 보면 영남에서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야 될 것 아닌가 이런 얘기들이 의원들 사이에서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과제3. ‘당직자 폭행’ 송언석 징계
재보선 당일 ‘당직자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징계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보선에서 2030세대와 중도층 표심을 얻은 국민의힘이 ‘의원 갑질 사건’에 온정적 태도를 보이면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는 19일 회의를 열어 폭행 갑질 논란이 불거진 송 의원 징계를 논의한다. 윤리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건 개요 등이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황이라서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징계 수위다. 경고 등의 가벼운 징계에 그칠 경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고 수위인 제명 처분을 실행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만약 의총에서 제명이 부결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안팎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송 의원이 경북 지역구(김천) 의원이라는 점도 대구 출신인 주 권한대행에게는 부담이다. 송 의원에 대한 중징계가 전당대회에서 티케이 표심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 권한대행은 송 의원 폭행 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 사건 발생 나흘 만에야 징계위 회부를 결정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티케이 표심에 민감한 주 권한대행으로서는 지금 송 의원 문제에 이러기도 저러기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송 의원이 자진 탈당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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