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골퍼' 잘라토리스의 위대한 마스터스 반란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2021. 4. 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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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윌 잘라토리스가 지난 12일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 4라운드 6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AP|연합뉴스



갤러리들이 마스터스 토너먼트 4라운드 18번홀에서 2위로 경기를 마친 윌 잘라토리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한 마쓰야마 히데키 때문에 가려진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준우승을 차지한 윌 잘라토리스다.

잘라토리스는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의 정식 회원이 아니다. 그의 현재 신분은 PGA 투어 특별 임시 회원이다. 비회원은 1년에 최대 12개의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고, 이 가운데 스폰서 초청은 최대 7개를 넘지 못하지만 특별 임시 회원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말하자면 PGA 투어의 비정규직인 셈이다.

잘라토리스는 2년 전 세계 1514위,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487위에 불과했고, 2부 투어인 콘 페리 투어 소속이었다. 잘라토리스는 지난 7월 콘 페리 투어 TPC 콜로라도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 7회 연속 톱15에 들면서 PGA 투어 입성의 꿈을 키워갔다. 정상적이었다면 지난해 PGA 투어 카드를 따냈을 가능성이 컸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모든 걸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PGA 투어는 투어 카드를 동결했고 잘라토리스는 PGA 투어 정규직이 될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잘라토리스는 PGA 투어 입성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TPC 콜로라도 챔피언십 우승으로 US오픈 출전 자격을 얻은 잘라토리스는 공동 6위를 차지하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1라운드 파3 7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행운까지 따랐다. US오픈 선전으로 PGA 투어 코랄레스 푼타카나 리조트 & 클럽 챔피언십 출전권을 확보한 잘라토리스는 공동 8위로 상승세를 이어갔고, 11월 버뮤다 챔피언십에서 공동 16위에 오르며 PGA 투어 특별 임시 회원권을 확보하게 됐다. 성적이 기회를 부르고, 그렇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적으로 연결시킨 선순환이 거듭됐다. 그렇게 계속된 위대한 도전의 여정이 마스터스 2위까지 이어졌다.

잘라토리스는 페덱스컵 포인트도 1043점 쌓고 있지만 비회원이기 때문에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올 시즌 투어 우승을 해 정식 회원이 되면 이중 976.64점이 활성화된다. 현재 순위로 14위다.

1m88, 75㎏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갖고 있는 잘라토리스는 아이언이 장기다. 올 시즌 그린적중률 70.27%로 16위에 올라 있고, SG 어프로치 더 그린은 0.954로 5위다.

잘라토리스는 마스터스 4라운드 내내 12번홀에 있는 다리를 건널 때마다 카메라들을 향해 돌아봤다고 한다. “아버지가 제게 ‘뒤를 돌아보고 즐겨라. 다시 못 올 광경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웹 심슨은 “잘라토리스는 놀라운 골프를 쳐왔다”며 “투어 카드가 없는 선수들이 6개월 동안 정말 좋은 플레이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라토리스는 갑자기 나타난 것 같다. 하지만 잘라토리스는 늘 그곳에 있었다. 잘라토리스는 콘 페리 투어라는 마구간을 떠나 PGA 투어라는 광야로 나온 말과 같다. 광야를 달리는 말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지금 잘라토리스도 그렇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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