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건당국, 접종 후 혈전 증상 나온 'J&J 백신' 사용 중단 권고

정재영 2021. 4. 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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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세 여성 6명 혈전 증상..1명 사망, 1명 위중"
CDC, 14일 긴급회의 소집.. 혈전증 사례 검토
백신 부작용 사례 발견에..유럽 국가들, 접종 대상 조정
슈차트 박사 "화이자·모더나에선 혈전 사례 발견 못 해"
바이든 "화이자·모더나 백신 충분.. 모든 미국인 접종 가능"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 코로나19 백신. AFP뉴스1
미국 보건당국은 13일(현지시간)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미국에서 이미 680만회분이 접종됐는데 백신 접종자 가운데 18∼48세 여성 6명이 심각한 혈전증상을 나타낸 가운데, 한 여성이 숨지고 또다른 여성이 위독한 상태인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최소 35개주가 보건당국의 권고 직후 J&J 백신 접종을 즉각 중단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특히 “최근 J&J 백신을 맞은 사람은 발열·기침 등 일반적인 코로나19 증상과 다른 증세가 나타나는지 유심히 살펴보라”고 권고했다.

◆“J&J 백신에 심각한 혈전증상 6명 모두 여성”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J&J 제약 부문 계열사인 얀센이 개발한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한’(rare and severe) 형태의 혈전증이 나타난 사례 6건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J&J 접종 후 혈전증이 나타난 접종자는 18~48세 여성으로, 증상은 접종 후 6~13일에 발생했다. 네브래스카주의 한 여성은 합병증으로 숨졌고, 다른 한 환자는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CDC와 FDA는 J&J 백신 접종 후 나타난 혈전증은 뇌정맥동혈전증(CVST)으로, 혈소판 감소를 동반했다고 설명했다. 헤파린으로 불리는 항응고제로 치료하면 위험할 수 있기에 다른 치료법을 적용하라고 강조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CVST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판단했다. J&J 백신과 AZ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를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앞서 미국 조지아와 콜로라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은 J&J 백신 접종자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FDA는 “사용 중단은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오하이오·뉴욕·코네티컷·매사추세츠·메릴랜드·조지아·버지니아주 등도 J&J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현재 J&J 백신은 900만회 투여분이 각 주로 배송된 상태로, 5월 말까지 1억회분 공급이 예정돼 있다.

CDC의 앤 슈컷 부국장은 “J&J 백신을 맞은 지 한 달이 넘은 사람에게는 위험이 매우 낮다”면서도 “최근 1∼2주 내에 백신을 맞은 사람은 증상을 잘 살펴봐야 한다. 만약 백신을 맞은 뒤에 심각한 두통이나 복부 통증, 다리 통증, 숨 가쁨 등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연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켄트에서 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받고 있는 모습. 켄트=AP연합뉴스
◆‘유럽발 경고’ 이어 美도 혈전증 공포에 긴급회의

J&J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유럽에서 먼저 나왔다.

EMA는 지난 9일 미국에서 J&J 백신을 맞은 4명에게서 혈전증이 나타난 사례 4건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J&J는 이날 사용중단 권고 직후 성명을 내 “유럽 보건당국과 이 사례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우리 백신의 출시를 선제적으로 연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J&J는 유럽연합(EU)에 6월 말까지 5500만회, 3분기까지 추가로 1억2000만회분을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아프리카연합(AU)과도 4억회분의 계약을 했다.

CDC는 오는 14일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 J&J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이 나타난 사례를 검토하고 이에 대한 의미를 평가할 예정이다. FDA는 이후 CDC 평가를 분석하는 한편 개별사례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재닛 우드콕 FDA 국장 대행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것이 극히 드문 일로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지만 백신 안전성이 최우선”이라며 “사용 중단 권고 이후 며칠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J&J 백신은 1회 접종만으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EU, 캐나다 등이 J&J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했고, 한국도 지난 7일 J&J 백신 품목허가를 내렸다.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의 모습. AFP연합뉴스
◆AZ 이어 J&J도 접종 차질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부작용 때문에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독일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은 혈전증 유발 논란을 이유로 AZ 백신을 고령층만 접종하도록 대상을 조정했다. 한국도 30세 미만은 AZ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했다.

앤 슈차트 CDC 박사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접종자에게서는 혈전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이 두 백신의 예방접종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주에만 2800만회분의 화이자, 모더나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면서 “J&J 사용 중단이 접종 계획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인 얀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중단되더라도 미국 국민전체에 충분한 물량의 백신이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보건당국의 J&J 백신 접종 중단 권고에 대한 질문에 “나는 우리에게 J&J나 AZ가 아닌 mRNA 6억 회분이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당장 문제가 있는 백신이 아니더라도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충분한 백신이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인 100%(가 맞을 수 있는 물량)”라고 강조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2회 접종해야 하기에 6억 회분은 3억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이다. 미 인구 3억3000만명 가운데 백신 접종이 가능한 인구는 2억6000만명 정도라서, 모든 미국인이 맞을 분량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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