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인터뷰-남구준>"경찰 과오 있었지만 지위고하 막론하고 엄정수사.. LH도 마찬가지"
■ 남구준 초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땅투기 관련해 현재 6명 구속
240억 몰수보전…추가 진행중
2기 신도시 80% 경찰이 검거
경찰의 역사가 곧 수사의 역사
국민만 보고 가는 수사 원칙
10년 뒤 박수 받는 조직될 것
LH외에 뿌리 뽑고 싶은 분야
보이스 피싱 수사 강화할 것
3만여 명의 수사 인력을 지휘하는 남구준(54) 국가수사본부(국수본)장, 그는 국수본의 미래를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수사기관”이라고 정의했다. 과거 경찰은 ‘정치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수사과정에서 억울한 피의자를 양산하거나 부실수사로 범죄자가 풀려나기도 했지만 이제 경찰은 달라졌고 계속 변모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국민만 바라보고 걸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초대 국수본부장인 그를 지난 12일 문화일보 이제교 사회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국수본 건물에서 만나 경찰이 당면한 과제와 현안을 들어봤다.
[인터뷰 = 박준희 사회부 차장]
남 본부장의 사무실에는 책상과 회의테이블, 전국수사경찰 조직도가 있었다. 경찰수사 총책임자가 일하는 곳이라기엔 소박했다. 최근 현안으로 급부상한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의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절제된 말투로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파헤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의혹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국민이 관심을 많이 갖는 부분은 어쨌든 LH 관계자에 대한 수사고, 그다음에 피의자 구속 같은 부분이 아닐까 싶다. 구속을 총 4명 정도(14일 현재는 6명 구속) 했고, 2명은 오늘 영장 실질심사를 진행 중이다. 범죄 수익금에 대한 몰수보전도 240억 원 정도 됐다. 추가로 또 진행하고 있다. 계좌추적 및 통화내역 파악 등을 통해 철저하게 진행할 것이다. 수사 속도가 결코 늦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위층 인사들의 투기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 당장 속도가 늦다고 실망하시는 국민도 있겠지만 결과를 지켜봐 달라.”
―수사가 생물이라서 하다 보면 피의자 중에 국회의원이 나올 수도 있고, 고위공직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경찰이 수사를 잘할 수 있겠느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국수본 조직이 3만2000명 정도 된다. (경찰 수사는) 그동안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부동산 수사도 계속 해왔다. 1, 2기 신도시 비리 수사 때도 사실은 원래 검찰이 총괄했지만, 상당수 성과가 경찰을 통해 나온 것이다. 2기 신도시 같은 경우는 전체 검거 인원의 약 80%가 경찰의 수사 성과였다. 이번에도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하고 검찰과도 충분히 협조해 나가고 있으니 국민이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수사에서 원칙이 무엇인가요.
“수사하는 데 있어서는 사람의 신분 지위나 정당, 이런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 대상이 되면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다. 저희가 책임 수사기관이 됐으니 좌고우면 안 하고 눈치 보지 않을 것이고, 여야 막론하고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또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
―검찰과 협력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물론이다. 압수수색 영장청구와 투기이익 몰수보전 등 협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영장청구 및 심의 속도가 엄청 빠르다. 세부적인 보완요구도 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경찰이 영장 신청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중 하나가 영장 청구 부분이다. 1차적으로 국수본이 출범됐으니, 2차적으로 이뤄나가야 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특수 수사를 오래 하셨습니다.
“제 경찰 경력 대부분이 수사 분야였다. 경찰청에서도 경위 때부터 거쳐온 보직을 돌이켜보면 수사나 형사, 범죄정보 특수수사다. 과학수사 빼고는 거의 다 해봤다. 사이버범죄 수사도 해봤다.”
―‘정인이 사건’에서 경찰은 초기에 학대 신고를 묵살했습니다. 국민의 경찰에 대한 불신이 여전합니다.
“국수본 출범 전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정인이 사건이다. 어쨌든 3번이나 신고된 상황에서 제대로 체크가 안 됐고, 어떻게 보면 시스템 미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게 경찰 수사력에 대한 불신·분노가 생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국수본 체제가 가동된 이후에는 경찰이 책임수사기관이자 1차적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수사력에 대한 현장 대응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매뉴얼도 만들고 시스템도 잘 개선해 나갈 것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아동학대 근절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국회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범죄를 차단해 나갈 것이다. 성범죄 위장수사 관련 법안이 시행되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지난 2월부터 17개 시·도경찰청에서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유관기관과 공동 매뉴얼을 제작해 현장에서 경찰과 전담공무원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수본부장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1차적으로 아침엔 매일 고정적으로 회의를 한다. 요일마다 다르긴 한데, 월요일에는 10시에 경찰청 전체 화상 참모회의가 있다. 그날그날 경찰청 전체 현안을 다룬다. 현안이 있으면 지방에 수사부장들, 수사·형사과장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강조사항이 있으면 강조한다.”
―수사 총책임자로 향후 혹시 정계 진출 가능성이 있나요.
“나는 단 한 번도 정치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국수본부장 자리가 정치권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 돼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경찰로서 개인적 소신은.
“경찰도 다른 공무원과 똑같은 공직자다. 국민만 보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계급이나 자리에 목표를 두고 일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수본부장 자리까지 왔지 않나 생각한다.”
―뿌리 뽑고 싶은 범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직 폭력도 있고 강력범죄도 있는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보이스피싱이다. 국수본 출범 전에 사이버 국장으로 재직했다. 보이스피싱은 전 세계의 문제다. 동남아시아에 직접 출장을 가서 현지상황을 점검했다. 현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 중국에도 인출책이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걸려든 사람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고 송금해준다. 국민 개인에게 피해가 직접 발생하고 있다. 정말 뿌리 뽑고 싶은 범죄다. 내부적으로 보이스피싱 수사 상황실도 만들었다. 수사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국민 중심 책임수사를 강조하셨는데,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책임수사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법령 개정으로 수사주체로서의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만큼 면밀한 수사에 대한 요구와 함께 현장의 어려움과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선 수사관이 일한 만큼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상 우대방안을 적극 마련해 사기를 진작해 나갈 것이다. 수사경찰 교육이력제 및 수사연수원 확대개편 등 수사전문성 확보 과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국수본의 10년 뒤 위상을 말한다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검찰도 있지만, 경찰이 1차적 책임수사기관이기 때문에 10년 뒤에는 국민에게 ‘국수본 조직이 정말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받도록 노력하겠다. 국민만 보고 나아가는 수사 조직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정리 =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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