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언론개혁 내로남불" 되지 않으려면
6월 임시국회 미디어 공공성 확보 '분수령'
공영방송 이사 교체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화두
방통위·방통심의위 정치색 빼고 전문성·공공성 강화 개편 필요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오는 6월 임시국회가 공영방송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다. 오는 8~9월 KBS 이사회와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회가 교체된다. 12월 양승동 KBS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문재인 정부의 잔여 임기는 1년 1개월 남았고, 향후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만일 정권이 교체된다면 'MB 방송장악'과 같은 환경에서 새로운 정권을 맞이하게 된다.
멈추지 않는 '언론·가짜뉴스' 대응 드라이브
여당 내에선 언론 보도와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담론이 미디어 법안 논의를 뒤덮고 있다. 앞서 '가짜뉴스 규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언론개혁 6법'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들 법안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 메르스 등 허위정보 심의와 언론 규제에 반발해온 민주당의 정책 방향과는 상반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재보궐 선거 참패 후에도 논란이 된 법안들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언론 책임론을 제기하며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를 통해 선거 기간 언론이 편파적이었다고 지적하며 “대선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다, 그라운드 안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3일 “언론법 등 가짜뉴스 3법 역시 적극 논의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가짜뉴스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행보에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제도들은 취지와 달리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에 의해 남용돼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높다”며 “전 정권들과 달리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킨다는 공약으로 출범한 정부와 여당이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앞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공약에 반하는 정책들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가짜뉴스 규제,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 등이 혼란을 일으키고 갈등을 불러오면서, 정작 더 치열하게 논의돼야 할 미디어 개혁과제들을 멈추거나 후퇴시킨 효과가 상당히 컸다”고 지적했다.
'언론 독립성' 확보, 6월 임시국회 처리 필요
“언론개혁의 내로남불이 무엇인가. 야당일 때는 언론장악하지 말라고 여당에 외치더니 여당 되니까 왜 스스로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지 않는가.”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13일 '좋은 언론 만들기 4대 입법 쟁취 언론노조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이대로 시간이 흐르고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 새로 들어서는 권력은 다시 언론을 장악하려 들 것”이라며 “언론개혁에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 없이는 진전이 없다. 용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4대 입법 과제로 △ 공영방송·언론 지배구조 관련 법 개정 △ 신문법의 편집권 독립 관련 조항 개정 △ 지속가능한 지역 언론 지원 제도 수립 △ 실효성 있는 언론보도 피해시민 보호·배상 법안 제정 등을 제시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보도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 과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직접 이용마 해직기자를 만나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지배구조는 임기 4년간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진전이 없는 건 아니다. 여당에선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국민이 추천·선출하는 정필모 의원 법안, KBS 이사회를 KBS·KBS 구성원·학계·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로 50% 이상 구성하고 KBS 사장추천위원회를 국민 50%, KBS 구성원 50%로 구성하는 정청래 의원 법안, 공영방송 이사를 정치권 7명, 방송통신위원회 2명, 비영리 민간단체 2명, 방송사 1명, 방송사 교섭대표노조 1명 등으로 구성하는 전혜숙 의원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선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 7대6 비율로 구성하고, 사장 추천 시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특별다수제)를 얻도록 하는 박성중 의원 법안·KBS 이사회 구성을 여당과 제1야당이 각각 6명, 방통위가 3명을 추천하고, 2년마다 이사의 3분의 1씩 교체하는 허은아 의원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으나 이후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 의원들이 농성까지 하며 해당 법안의 입법을 촉구하던 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당 차원의 적극 대응 기조가 보이지 않는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언론개혁 어디까지 왔나]
'언론장악' 막을 미디어 기구 개편에도 주목해야
정치권의 방송 개입을 막기 위해선 미디어 기구 재편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 방통위 의결기구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3:2 구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6:3 구조로 구성돼 미디어를 정치에 종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방통심의위는 정권 입맛에 따라 방송을 심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 천안함 사고 의혹을 다룬 KBS '추적60분'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KBS '추적60분' △ 정부 축산정책을 비판한 CBS '김미화의 여러분' △ 박창신 신부 인터뷰 논란이 불거진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 제재를 했으나 법원이 이를 '취소'할 정도로 지나친 정치심의가 빈번했다. 문재인 정부 심의 역시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민주당이 야당일 땐 관련 논의에 적극적이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정치적 심의 배제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19대 국회 때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방통심의위원을 여야 동수로 구성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여야 비율을 5:4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 최민희 의원은 방통위 상임위원을 여당 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하고 두 교섭단체가 합의하는 1명을 추가로 추천해 5명으로 구성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시민단체들은 미디어 기구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통위 구성에 지역성 구현을 위해 위원 10분의 4 이상을 지방의회의 승인 후 시도지사 추천을 받는 안을 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위 산하에 각계 추천을 받은 비상임위원회인 '방송 공공성 정책 위원회'를 두고 방송 공공성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안을 제시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 상임위원 수를 증원하고 방송, 통신, 뉴미디어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소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방통심의위와 관련 민언련은 방통심의위 내의 특별위원회를 소위원회로 전환해 부문별로 심의 제재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이원화된 미디어 부처 통합, 산업 변화에 따른 대응 등과 맞물려 기구의 성격과 권한 자체를 조정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OTT까지 포함하는 '미디어법' 제정과 맞물린 미디어 심의기구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교수는 “전반적으로 방송의 경우 OTT와 마찬가지로 자율규제를 확대하는 기조 속에서 영상 콘텐츠와 광고의 공정성 유해성, 소비자 보호를 심의하는 행정기관과 디지털성착취물을 비롯한 불법 유해정보 유통과 명예훼손 분쟁 조정을 담당할 행정기관은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찬 처장은 “공영방송 거버넌스와 정책 거버넌스 두 가지 축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쟁을 유발하고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논의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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