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이 기대승 배웅으로 떠난 '선인다'의 길 걷기 재현

2021. 4. 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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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귀향길 재현
퇴계,1569년 3월4~17일(음),경복궁~도산
우리는 4월15~28일(양),경복궁~도산서원
삼촌뻘 퇴계와 편지토론 고봉 기대승도 배웅
도산서원의 선비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568년 7월, 68세의 퇴계 이황(1501~1570)은 선조의 부름을 받고 조정에 나아갔다. 퇴계는 등극한지 2년, 나이 17세인 선조를 경연에서 성심껏 보좌한다.

그 해 12월, 평생의 학문적 공력이 담긴 ‘성학십도’를 선조에게 올린 퇴계는 고향 예안(지금의 안동)에 돌아가 삶을 마무리 하려한다.

임금과 신료들이 계속 남기를 바랬지만, 퇴계선생은 몇 달에 걸쳐 사직 상소를 올렸다. 1569년 3월 4일에야 임금은 선생에게 일시적인 귀향을 허락했다.

경복궁 정문 광화문과 해치

귀향 1년 9개월만(1570년 12월 8일)에 선생께서 돌아가셨기에 생애 마지막 귀향길이 되었다. 귀향 소식을 들은 기대승, 윤두수, 김귀영, 김성일, 이순인과 같은 명사들은 대거 한강 두뭇개나루(지금의 동호대교 북단)로 나와 송별시로 전별했다.

선생이 물러난 것은 ‘善人多(선인다)’ 즉,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라는 소망과 무관치 않다. 조정에서의 일은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도리를 찾는 깊이 있는 학문과 이를 솔선하는 인격적 지도자 선비를 길러내는 일은 자연 속 고요한 가운데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장소로 적합한 곳이 자신의 고향 도산이라고 생각했다.

선생의 물러남은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위한 또 다른 나아감이었던 것이다. 그가 ‘선인다’의 소망을 품고 물러난 길이 ‘길 위의 인문학’을 실천하는 탐방길이 된다. 452년만이다.

도산의 귀향길, 길목 죽령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주최하고 도산서원참공부모임이 주관하는 도산 귀향길 걷기재현행사가 그때 그 일정대로 15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아직 코로나는 극복되지 않았으나, 이 행사의 참 의미와 여망을 반영하여 올해는 시의에 맞게 추진하려고 한다.

경복궁에서 도산서당까지 선생 귀향 날짜(음력 3.4~17)와 노정에 맞춰 걷는다. 퇴계의 귀향길 270여㎞(이중 충주댐 수몰 지역 30㎞는 선박 이용)를 13박 14일간 매일 평균 20㎞ 걷는다.

퇴계선생 귀향길은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 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사시사철 우리 자연, 특히 남한강 구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역사 유적과 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어, 열흘이 넘는 여정이 지루할 틈이 없다.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 신체의 활력과 마음의 힐링, 인성의 함양에 더하여 인문 역사 공부가 자연히 따라온다.

도산 귀향길. 충주 중앙탑

재현단은 15일(음력 3월4일) 오후 2시 경복궁 사정전 앞에서 출발한다. 출발에 앞서 1시 20분부터 재현단을 이끄는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의 인사말, 강경환 문화재청 차장과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선생이 작사한 ‘도산십이곡’을 참석자가 함께 노래 부른다.

이튿날인 16일 오후 2시에는 그 옛날 퇴계선생이 이틀째밤을 지냈던 봉은사 내 보우당에서 한국고전번역원 이상하 교수가 ‘퇴계와 불교’, 한국국학진흥원 임노직 박사가 ‘사명대사와 안동선비’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이 강연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한다.

이후 노정에서는 선생이 머물렀거나, 지인들과 시(詩)를 주고받은 곳에서 선생이 주고받은 시를 창수(唱酬)하거나 소규모 즉석 강연회를 가진다. 23일 2시경에는 청풍문화재단지 내 한벽루(寒碧樓)에서 선생의 시(詩) 현판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28일 재현단 일행이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하면 상덕사에서 선생께 고유한 다음, 도산서당에서 마무리 좌담회를 가지며 폐막에 갈음한다.

도산서원 초입

재현단과 일반인이 매일 30~50명씩 함께 걸었던 2019년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450주년 재현 행사’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하루에 재현단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한다.

주목할 점은, 재작년 행사 때 참여했던 인문학 전공자 13명이 일반인에게 이 길을 권유하고자 퇴계의 귀향길 인문답사기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를 펴내고 이번에도 재현단으로 참여해 날마다 교대로 걸어간다는 것이다. 각자 집필한 구간을 걸으면서, 그날의 퇴계선생의 자취와 시 등을 설명하고, 답사기에서 중요한 대목을 간추려 낭독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긴다.

도산서원

이 모든 행사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유튜브 채널(영상명: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에서 시청할 수 있다. 마치 교통・통신이 불편한 그 옛날 퇴계선생께서 소중한 사람들과 3000여 통의 편지로 소통한 것처럼, 행사에 관심을 갖는 많은 분과 공유하고자 마련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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