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미세 로봇'.. 몸속 세균 죽이고, 환경 감시까지

유지한 기자 2021. 4.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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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나노미터 크기의 로봇 개발해 세균에만 붙어 저격수처럼 공격

영화에서 아주 작은 로봇이 사람 몸속을 탐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런 상상과 같은 일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로봇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기능은 더 진화하고 있다. 주로 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환경 감시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까지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로봇이 핀셋처럼 콕 집어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어 그동안 사람이 하기 어려웠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격수처럼 목표만 공격

미세 로봇은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나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로 매우 작은 로봇을 말한다. 크기가 작아 인체에서 의료 기기가 닿지 않던 곳까지 갈 수 있어 의료용으로 많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관건은 로봇을 얼마나 잘 제어하고 정확하게 표적에 전달하는지다. 최근 국내외에서 과학자들이 저격수처럼 정확하게 환부만 치료할 수 있는 미세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의 김경규 교수팀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만 죽일 수 있는 나노 로봇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스몰’에 발표됐다.

기존 항생제는 세균의 단백질을 공격하는 화학물질이다.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죽이지 못해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다. 연구진은 세균에만 달라붙는 20나노미터 크기의 로봇을 제작했다.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도 외부에서 전기 신호를 보내면 로봇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세균을 죽인다.

로봇은 세균에 결합할 때 필요한 단백질로 표면이 덮여있다. 이로 인해 다른 세포가 아닌 세균에만 반응한다. 실제로 연구진은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생쥐에 나노 로봇을 넣어 염증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최홍수 교수팀도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만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할 바늘형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스’에 게재됐다.

다른 미세 로봇은 환부까지 처음부터 옮겨줘야 하지만, 바늘형 로봇은 치료 부위에 바로 찔러 고정할 수 있다. 로봇은 실제 인체 내부처럼 특정 유체 흐름이 있는 환경에서 기존보다 유체 저항을 최대 6배 더 견뎌냈다. 그 후 컴퓨터에 최종 목표물을 입력하면 바늘 로봇이 마치 자율 주행하듯 자동으로 이동한다.

◇환경 감시, 오염 물질 제거에도 활용

미세 로봇은 의료뿐 아니라 환경 감시나 오염 물질 제거 같은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찬우 박사팀은 폐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만 잡아내는 수중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는 2019년 5월 국제 학술지 ‘유해물질 저널’에 발표됐다.

세슘은 물에 잘 녹아 외부 유출 가능성이 크지만, 제거하기가 까다롭다. 주로 흡착제를 사용해 제거하지만, 작업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연구진은 7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수중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에 세슘을 흡착하는 페로시안화구리를 입혔다. 로봇 본체는 니켈로 만들어져 자석으로 책받침 위의 쇳가루를 움직이듯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 원하는 위치로 옮길 수 있다.

수중 로봇은 물속에서 이동하며 방사성 세슘을 빠른 속도로 제거한다. 실험에서 기존의 흡착제보다 세슘 제거 속도가 60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어 작업자의 방사선 노출도 최소화할 수 있다.

미세 로봇은 크기가 작은 만큼 공기 중의 작은 분자들까지 포착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세포 크기의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여성의 난자 크기이며 ‘콜로이드’라는 작은 입자가 붙은 전자회로로 구성돼 있다.

콜로이드는 액체나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어 다른 화학물질과 잘 결합한다. 또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화하는 장치가 있어 외부 전원도 따로 필요 없다. 연구진은 이 로봇으로 석유·가스 파이프라인에서 새는 물질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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