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칼제구에 양키스 멘붕..해설 벅 "화나는 게 당연"
멘붕 빠진 양키스 심판 야유까지 했지만
류현진 안정적 제구로 5이닝 15타자로 처리
벅 해설 "류현진 제구에 화나는 게 당연" 응원
토론토 7-3 승리, 류현진 첫승-통산 60승
[스포츠경향]
류현진의 칼제구에 양키스 더그아웃이 멘붕에 빠졌다. 심판을 흔들기 위해 야유를 시도했지만, 류현진의 칼제구는 이런 시도를 소용없게 만들었다.
류현진은 14일 플로리다 TD볼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앞선 2경기에서 호투를 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날카로운 제구로 양키스 타선을 흔들었다.
선두타자 DJ 르메이휴에게 3루수 내야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양키스 타선은 류현진의 칼제구에 말 그대로 녹아내렸다. 내야 안타도 3루수의 송구가 조금만 강했더라면 아웃이 될 수 있었던 타구였다. 2번 지안카를로 스탠턴을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잔루는 없었다. 사실상의 퍼펙트 행진이 이어졌다.
류현진은 이날 우타자 상대 바깥쪽에서 꺾여 들어오는 백도어 커브와 우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 다시 바깥쪽에 속구처럼 들어오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다트 던지듯 스트라이크 존 구석에 꽂으며 완벽한 투구를 했다. 2회초 애런 힉스는 이런 볼배합에 꼼짝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양키스 더그아웃이 본격적으로 ‘멘붕’에 빠진 것은 3회초 선두타자 지오 우르쉴라 타석 때였다. 초구 69마일짜리 커브가 낮은 쪽에 꽂히면서 스트라이크 선언이 나오자 양키스 더그아웃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중계화면에는 스트라이크 존 낮은 코스를 통과한 공이었다.
토론토 경기를 해설한 벅 마르티네스는 이 장면에서 “양키스 더그아웃이 주심을 흔들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제구가 워낙 좋다보니, 비교적 신인에 가까운 이날 주심 에릭 바커스를 흔들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바커스는 지난시즌 빅리그 심판으로 데뷔한 신인급 심판이다. 마르티네스는 “젊은 심판들은 저런 야유가 나오면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좁아질 수 있는데, 그걸 노린 것 같다”며 “하지만 류현진의 공은 존을 통과했다. 아무 문제 없는 판정”이라고 덧붙였다. 우르쉴라는 이후 낮은 공을 건드려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류현진의 칼제구도, 심판의 판정에도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4회초 선두타자 DJ 르메이휴가 낮은 포심에 루킹 삼진을 당하자 결국 화를 냈고,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이 뛰어나왔음에도 류현진의 칼제구는 흔들리지 않았다. 벅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처럼 제구하는 투수를 만나면 누구든 화가 나는게 당연하다”며 웃었다. 6회 1사 뒤 삼진을 당한 양키스 클린트 프레이저는 삼진 선언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F’ 관련 욕설을 수차례 내뱉었다.
류현진은 5회 힉스에게 안타 1개를 맞았지만 루그네드 오도어를 병살 처리하면서 5이닝을 잔루없이 15타자로 끝냈다. 토론토가 마커스 시미언의 홈런 등으로 5점을 벌어준 덕분에 5-0의 넉넉한 리드를 안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토론토는 5회말 라우디 텔레스가 또 홈런을 터뜨려 6-0으로 도망가는 등 화끈한 타선 지원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7회 내야 실책으로 1점을 내줬지만 비자책으로 기록됐다. 투구수 95개가 되자 찰리 몬토요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왔다. 류현진은 6.2이닝 4안타 1실점(비자책) 1볼넷, 7삼진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을 1.89까지 끌어내렸다. 팀 타선이 8회 점수를 더해 토론토가 7-3으로 이겼고, 류현진은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이로써 빅리그 데뷔 후 60승째를 달성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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